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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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이웃과 나누고, 전기 요금이 싼 시간대에 맞춰 가전과 전기차를 스스로 충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제로 마을이 제주에 조성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AI 기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원사업을 통해 제주 한림읍과 대정읍 일대 20여 가구를 대상 '한국형 크라켄 모델' 실증에 착수한다고 8일 밝혔다. 난방 전기화와 전기차 보급률(12.2%)이 전국에서 가장 빠른 제주를 테스트베드로 삼는 사업이다. 이미 공고를 받아 지원 대상 마을(컨소시움) 선정을 앞뒀고, 올해 말부터 5년간 총 100억 원(국비 최대 50%) 규모의 실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형 크라켄이란 흩어져 있는 다양한 분산에너지 자원인 태양광과 히트펌프, 전기차 배터리 등을 하나의 망으로 연결해 AI로 통합 관리하는 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말한다.

신화 속 거대한 문어 괴물인 크라켄이 수많은 촉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처럼, AI가 수만 개의 전력 소비·생산 거점(촉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통제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형은 영국의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가 개발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목을 받은 같은 이름의 플랫폼에서 유래했다.

단순히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지역 내에서 생산·소비·저장되는 에너지를 AI로 통제해 전력망의 효율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작동 방식은 각 주택의 가정용 에너지관리시스템(HEMS)과 마을 단위 시스템(CEMS)이 AI로 연동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상 데이터를 분석해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대나 요금이 가장 저렴한 심야 시간에 AI가 알아서 세탁기를 돌리고, 히트펌프를 가동하며, 전기차(EV)도 충전한다.

개인 간(P2P) 전력 공유도 가능해진다. 우리 집 태양광 설비에서 생산돼 쓰고 남은 잉여 전력을 한전 전력망으로 송전하는 대신, 전기가 부족한 옆집에 자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주민들은 전기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망 과부하로 인한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나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사태를 막는 가상발전소(VPP)를 운영하는 효과를 얻는 셈이 된다.

기후부는 주거 부문뿐 아니라 이동(모빌리티)과 농업 부문에도 새로운 전력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주요 지역에 '전기차 초급속 충전 스테이션'을 구축해 전기차-전력망 연계(V2G·Vehicle to Grid) 기술을 실증하기로 했다. 태양광 발전량이 넘칠 때는 전기차 배터리에 전력을 충전(저장)해 두고,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간대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을 다시 전력망으로 뿜어내는 양방향 전력전송(V2X) 모델이다.

스마트팜에도 태양광과 공기열 히트펌프를 결합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다. AI가 농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해 남는 전력을 냉난방, 조명, 양액 공급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충전소와 스마트팜 사업에는 화재 위험이 적은 비리튬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전면 도입한다. 장주기 배터리의 운전 성능과 경제성,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이재식 기후부 전력망정책관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넘어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관건"이라며 "주민의 비용 부담은 덜고 전력망 안정성은 높이는 이번 모델의 성과를 확인한 후 전국 특화지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