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에 전시된 조각가 비르케 고름의 작품들.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제공
광주비엔날레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에 전시된 조각가 비르케 고름의 작품들.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제공
지난달 전남광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보낸 조각 작품들이 배송됐다. 작품이 도착했을 당시 조각은 껍데기뿐이었다. 독일 출신의 조각가는 전남광주의 재활용 시설을 돌며 플라스틱 통과 포장재 등을 모아 그 조각 안쪽을 채워 작품을 완성했다.

이 조각들이 놓인 곳은 광주 동구 은암미술관 위층, 광주비엔날레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이다. 광주비엔날레 기간에는 본전시 외에도 여러 국가와 기관이 광주시내 곳곳에서 여는 ‘파빌리온 전시’가 열리는데, 오스트리아는 202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했다.

전시를 만든 사람은 빈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비르케 고름(40)과 큐레이터 아틸리아 파토리 프란키니다. 고름이 쓰는 재료는 녹물에 적신 주방 수건, 황마 자루, 고철, 폐지, 못, 씨앗 같은 남들이 버린 것들이다. 그가 집중적으로 보는 것은 물건에 남은 ‘흔적’이다. 누가 만들고 누가 쓰다가 왜 버렸는지, 어떤 일은 눈에 띄고 어떤 일은 보이지 않게 되는지가 재료마다 새겨져 있다는 생각에서다.

전시장은 다락방처럼 꾸몄다. 미술관 위층에 금속 뼈대로 경사진 지붕을 세우고, 무게와 질감이 다른 헌 천을 여러 겹 걸어 벽과 천장을 만들었다. 천장은 낮고 구석은 손이 닿지 않는다. 이곳에 사람을 닮은 조각들이 놓이거나 쌓여 있다. 지쳐 있거나 쉬는 것처럼 보이는 형상들이다. 천 뒤에 숨긴 조명은 한 시간마다 낮과 밤을 오간다. 커피머신 소리, 엘리베이터 소리,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가 지붕 너머에서 흘러든다.

이 작품들을 통해 고름은 가사노동의 가치에 주목한다. 작가는 “다락은 버리지는 않았지만 없는 셈 치는 물건을 올려두는 자리”라며 “가사노동도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11월 14일 열리는 워크숍에는 작가가 직접 참석한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같은 미술관 아래층에서는 스위스 파빌리온 전시가 열린다.

전남광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