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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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이 몰린 서울세계불꽃축제의 화려한 장면 뒤로 대기오염과 생태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밤하늘을 밝히는 대형 불꽃놀이가 초미세먼지를 단시간에 폭증시키고, 조류 등 야생동물에는 빛과 폭음으로 인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불꽃놀이가 실제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와 한양의대·아주의대 예방의학과 공동 연구팀은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와 부산불꽃축제 기간 인근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2023년 10월 7일 오후 7시30분께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초미세먼지 농도는 9~12 수준이었다. ‘좋음’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불꽃놀이가 이어지면서 농도는 빠르게 올랐고, 행사가 끝난 지 1시간가량 지난 오후 9시30분께 320까지 치솟았다. 불꽃놀이 전보다 31~36배 높은 수준이다.

미세먼지도 비슷했다. 행사 전에는 25 이하로 ‘좋음’ 수준이었지만, 불꽃놀이 이후 371까지 올랐다. 이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의 ‘매우 나쁨’ 기준보다 각각 4.2배, 2.5배 높은 수치다. 축제를 즐긴 뒤 시민들이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태계 영향도 문제로 지목된다. 국내에서 불꽃놀이와 야생동물 피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규명한 연구는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불꽃놀이가 조류 집단 폐사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루스코 페트로프 불가리아 트라키아대 수의과대학 교수 등이 올해 1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불가리아에서 발생한 조류 집단 폐사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지목됐다. 연구진은 2025년 1월 1일 불가리아 스레드나 고라 산맥 인근 소도시 등산로에서 조류 사체 1007마리를 발견했다.

사체와 일부 생존 개체를 정밀 검사한 결과, 연구진은 갑작스러운 폭음과 빛에 놀란 새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나무나 지면, 다른 새들과 충돌해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사체에서는 장기 파열과 날개 골절 등 다발성 충돌 흔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유해물질 섭취나 조류 인플루엔자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관련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문은 밤에 소음과 강한 빛에 노출된 주행성 조류가 방향 감각을 잃고, 충돌하지 않더라도 비행량이 급증해 체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진도 새해맞이 불꽃놀이 직후 순간적으로 날아오르는 조류 수가 평소 밤보다 평균 약 1000배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내에서 조류 피해가 공식 보고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불꽃축제 당시 새 떼가 갈 곳을 잃고 강 한쪽으로 모여드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는 100만여명이 찾는 대형 행사로 자리 잡았다. 주변 상권 활성화와 관광 효과도 적지 않다. 하지만 행사 규모가 커진 만큼 대기오염과 생태계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 시민은 올해 축제를 앞두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기오염과 기후 영향 검토, 시민 건강 보호 대책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시는 “불꽃축제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다만 “불꽃축제로 인한 시민의 대기오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기질 모니터링 및 시민 안내를 지속해 추진하겠다”며 “향후 주최 측과 협의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행사 운영 방안을 마련·적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꽃놀이가 주는 피해를 줄이려면 야생동물 서식지 인근에서는 불꽃놀이를 제한하거나, 드론쇼 등 대체 행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화려한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살리면서도 그 뒤에 남는 환경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