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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급 이름값, 놀런이 곧 장르"…'쌍천만' 감독의 비결
놀런 '오디세이' 33일만에 1000만 돌파
'인터스텔라' 이후 12년 만에 '천만' 재등극
시리즈 아닌 별개 작품 국내 '쌍천만'
외화 감독으로는 놀런이 처음
'긴 러닝타임'에도 작품성 인정 받아
'인터스텔라' 이후 12년 만에 '천만' 재등극
시리즈 아닌 별개 작품 국내 '쌍천만'
외화 감독으로는 놀런이 처음
'긴 러닝타임'에도 작품성 인정 받아
7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개봉 33일째인 전날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5일 개봉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일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흥행한 결과다. 상반기 ‘왕과 사는 남자’(1692만)에 이어 올해 개봉 영화 중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모았다. 놀런은 어떻게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감독으로 인정받은 걸까.
봉준호급 놀런의 이름값
2003년 ‘실미도’ 이후 천만 영화는 꾸준히 탄생해 왔다. 할리우드 대작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던 만큼, 외화의 천만 돌파 자체는 낯선 기록이 아니다. 외화 천만 영화로는 놀런의 2014년 작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제임스 캐머런 ‘아바타’(2009·1400만), ‘아바타: 물의 길’(2022·1082만), 앤서니·조 루소 형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1121만),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1397만), 가이 리치 ‘알라딘’(2019·1280만), 크리스 벅·제니퍼 리의 ‘겨울왕국’(2014·1033만), ‘겨울왕국 2’(2019·1377만) 등 8편이 ‘오디세이’에 앞서 이름을 올렸다.
반면 놀런은 2014년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장르 ‘인터스텔라’로 천만 관객을 모은 지 12년 만에 장르와 세계관, 시간선이 전혀 다른 고대 그리스 서사시를 영화화한 ‘오디세이’로 재차 천만 고지를 밟았다. 특정 프랜차이즈나 원작 IP의 인기 캐릭터가 아니라 감독 이름값과 연출만으로 두 차례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국내 극장으로 불러들인 첫 외국인 감독인 셈이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감독 한 명이 이 정도로 흥행력을 발휘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국내 감독 중에선 ‘괴물’(2006·1300만)과 ‘기생충’(2019·1031만)의 봉준호, ‘해운대’(2009·1145만) ‘국제시장’(2014·1427만)의 윤제균, ‘도둑들’(2012·1298만) ‘암살’(2015·1270만)의 최동훈이 개별 영화로 두 차례 천만 고지를 밟았다. ‘신과함께-죄와 벌’(2017·1414만)과 ‘신과함께-인과 연’(2018·1228만)의 김용화, ‘범죄도시 2’(2022·1269만)와 ‘범죄도시 3’(2023·1068만)의 이상용 감독도 ‘쌍천만 감독’이지만 시리즈 연작으로 세운 기록이다.
놀런은 ‘다크나이트’(2008),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 ‘덩케르크’(2017) ‘테넷’(2020) ‘오펜하이머’(2023) 등을 거치며 한국 관객에게 이름을 각인했다. 작품 외피는 슈퍼히어로물과 SF, 전쟁서사, 전기영화 등 매번 달라졌지만, 시간과 기억, 상실과 죄책감, 인간성과 도덕적 선택, 자식에 대한 사랑 같은 질문을 공통으로 반복하며 ‘놀런’이라는 장르를 구축했다.
쉽게 읽히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역설적으로 놀런 영화의 매력이 됐다. ‘인셉션’의 다층적인 꿈의 구조, 엔트로피나 시간 역행을 다루는 ‘테넷’ 등 놀런의 영화는 적잖은 배경지식을 요구하지만, 관련 지식과 복잡한 서사를 찾아보고 온오프라인에서 해석을 공유하는 과정까지 관람의 일부가 되면서 오히려 한국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놀런이 “한국 관객들의 높은 과학적 소양이 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같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오디세이’ 개봉 후 원작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관련 소비가 늘어 눈길을 끌었다.
‘긴 영화’ 전성시대
‘오디세이’의 흥행에서 영화계는 인터미션(중간 휴식) 없이 꼬박 세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는 긴 러닝타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오디세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람전 커피를 마시지 말라”거나 “기저귀라도 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긴 상영시간이 화제가 됐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유튜브 숏츠나 틱톡 등 1~3분 이내 숏폼이 대세가 되는 가운데 ‘긴 영화’ 흥행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영상 소비자의 집중력이 짧아지면서 긴 러닝타임이 흥행에 불리한 요소로 여겨졌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영화계에선 이를 콘텐츠 소비 방식의 양극화가 낳은 현상으로 진단한다. 극장을 찾을 때는 OTT나 스마트폰 숏츠로는 대체할 수 없는 ‘볼 가치가 있는 영화’를 선별적으로 찾는다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 조사에 따르면 영화관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영화관람료가 부담스러워서’(49.6%), ‘볼만한 영화가 부족해서’(41.3%)가 1, 2위에 올랐다. 긴 영화 자체를 꺼린다기보단, 상대적으로 높다고 느끼는 관람료와 시간 비용을 감수할 만큼의 작품인지를 까다롭게 따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