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대응” > 한성숙 국무총리(가운데)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524개인 공공기관을 415개로 줄이고,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중앙부처를 내년 상반기부터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임형택 기자
<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대응” > 한성숙 국무총리(가운데)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524개인 공공기관을 415개로 줄이고,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중앙부처를 내년 상반기부터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임형택 기자
이재명 정부가 보수 정권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대대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에 나선 이유는 지역·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기관들이 공공 부문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 경쟁적으로 신설되다 보니 재정 부담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를 못 세겠다”며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라”고 지시했다.

◇ 발전 5社 합치고 석유-가스公 통합

정부는 3일 공공기관 109개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감축이 현실화되면 전체 공공기관은 524개에서 415개로 줄어든다.

무한 증식한 공공기관 대수술…비효율 없애고 '규모의 경제' 달성
2001년 전력산업 개편 당시 한국전력에서 떨어져 나온 5개 발전 자회사는 25년 만에 다시 묶는다.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을 합친 통합 발전사 ‘한국발전’(가칭)을 세우고,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를 담당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 등을 설치한다. 통합법인 소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통합재무구조로 투자 여력을 확보해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중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능은 같지만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4개 항만공사도 하나로 합친다.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통합하기로 했다.

역대 정부에서 여러 번 추진됐으나 매번 무산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통합한다. 정부는 두 공사를 합쳐 ‘에너지자원공사’(가칭)를 세우고 공급망 위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자원 개발 역량과 구매력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취지다.
무한 증식한 공공기관 대수술…비효율 없애고 '규모의 경제' 달성
부채만 20조원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재무구조는 숙제로 남아 있다. 가스공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만큼 이번 통합이 주주 가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장 재경부 2차관은 “(재무구조)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도 적극 고려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통합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 공항공사·인국공 통합은 재검토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개발 기능과 주거복지 기능을 나눠 각각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와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분리한다. 재무성과를 중요시하는 개발 기능과 공공성이 중시되는 주거복지 기능을 한데 모아놓다 보니 주택 공급 속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당장 합치기보다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먼저 마련한 뒤 통합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통합 운영을 시작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은 좌석 공급 확대 등으로 편의를 높이고, 모든 광업소를 폐광해 기능이 종료된 대한석탄공사는 청산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가칭)으로 합치고 노사발전재단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을 ‘노사발전교육재단’(가칭)으로 통합하는 등 기능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줄인다.

◇ “통합 실효성 경영평가에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통폐합이 단순히 ‘간판’만 합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지원 기능 통합으로 이어져 공공기관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공공기관 재무구조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2020년 542조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2025년 769조원으로 불어났고, 같은 기간 공공기관 인건비 예산은 29조6000억원에서 37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정부는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최대한 피한다는 방침이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로 보수를 유지하는 등 직원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남정민/김영리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