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샵 천안라크원 투시도.
더샵 천안라크원 투시도.
삼성전자가 무주택 임직원에게 연 1.5% 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주거안정대출’을 이달 1일 시행했다. 대출 대상은 매매가 25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도권과 6개 광역시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만 해당한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16% 넘게 뛴 경기 화성 동탄구 등 이른바 ‘삼세권’ 주택시장에 새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도는 지난 5월 27일 노사 임금협약의 후속 조치로, 2035년까지 운영된다. 지원 한도는 주택 구입 5억원, 전월세 임차 3억원이다. 대출 실행일 기준으로 본인과 배우자 모두 주택과 분양권·입주권, 오피스텔을 갖고 있지 않아야 신청할 수 있다. 구입자금은 3년간 원금 상환을 미룬 뒤 10년에 걸쳐 급여에서 원리금을 나눠 낸다.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7%대인 점을 감안하면 공공분양 주택인 신혼희망타운 모기지 금리(연 1.3%)에 가까운 조건이다.

삼성전자 사업장을 낀 지역은 이미 가격이 크게 올랐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동탄구 단위 집계가 시작된 올해 2월부터 8월 셋째 주까지 동탄 아파트 매매가격은 16.16% 상승했다. 삼성전자 본사와 연구시설이 있는 수원 영통구도 같은 기간 10.71% 올라 성남 분당구(8.88%)를 앞질렀다. 동탄구는 지난 7월 1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함께 묶였다.

다만 5억원을 그대로 실탄으로 쓰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한도가 매매가의 70%와 5억원 중 적은 금액으로 정해진 데다, 회사가 대출금의 110~120% 규모로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담보 여력이 먼저 소진돼 같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기가 사실상 막힌다. 금리도 체감보다 높다. 법정 적정이자율(연 4.6%)과의 차이인 3.1%포인트를 회사가 부담하는 구조여서 이 금액은 임직원 근로소득으로 잡혀 세금이 붙는다.

당장 청약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기도 쉽지 않다. 분양권과 입주권 보유자는 대상에서 빠지고, 신청 시점도 잔금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다. 새 아파트에 당첨되더라도 입주 때가 돼야 대출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 밖은 조건이 다르다. 광역시가 아닌 지역은 면적 제한 없이 가격 기준만 적용받는다. 삼성전자는 천안캠퍼스에 10조원을 투입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을 현대화하고, 아산 온양캠퍼스에도 6조원을 들여 공장을 새로 짓는다. 삼성SDI는 천안사업장에 9조원을 투자한다.

하반기 삼성 사업장 인근에는 분양이 잇따른다. 포스코이앤씨는 다음달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부대동에서 ‘더샵 천안라크원’을 공급한다. 지하 2층~지상 37층, 전용 84~118㎡, 1290가구 규모다. 같은 회사가 경기 화성시 반송동 메타폴리스 2단계 부지에서 짓는 ‘아크메르 동탄’은 이달 분양에 들어간다. 지하 7층~지상 49층, 전용 84~188㎡, 1808가구다. 롯데건설은 다음달 화성시 만세구 향남읍 상신리에서 전용 84~120㎡ 1542가구 규모의 ‘화성 향남 롯데캐슬 시그니처’를 내놓는다. 평택 고덕국제화지구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힐스테이트 고덕엘리스트’가 이달 공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 투자와 임직원 금융 지원이 맞물린 곳은 배후 수요가 탄탄해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며 “자금 융통이 원활해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매수뿐 아니라 삼세권 신규 분양 단지에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