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주·낮은 지분율 노렸나…KX그룹, 써니전자 경영권 흔든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써니전자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KX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을 사들여 기존 오너 지분을 단숨에 앞지르면서다. 주당 1900원 수준의 저가주인 데다 최대주주 지분마저 8%대에 불과해 외부 공격에 취약했던 써니전자는 사실상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이게 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정진동자 제조업체 써니전자의 최대주주는 지난 31일 차상권 대표 외 4인에서 ㈜케이엑스에셋(KX에셋) 외 5인으로 변경됐다. KX에셋 측이 지분을 추가 매집하면서 총 13.5%를 확보해 기존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차상권 대표 측 지분보다 5%포인트 가까이 웃돌게 된 것이다. 차 대표 측 지분은 8.58%에 그치고, 나머지 대부분은 소액주주(86.80%)를 비롯해 시장에 흩어져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매집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보고 있다. KX그룹 측이 지분인수목적을 "경영 참여 목적"이라고 명시한 데다, 케이엑스에셋을 비롯한 계열사들을 동원해 지분 13.5%를 채운 방식이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지분 매집에 참여한 6개 법인 모두 이번이 첫 대량보유 신고로, 그 전까지는 개별적으로 지분을 공시한 적이 없다. 기존에 지분이 없었거나, 있었어도 5% 미만에 그쳤다는 뜻이다.

써니전자가 타깃이 된 건 취약한 대주주 지분과 넉넉한 현금성 자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 시가총액은 675억원 수준이지만, 회사가 들고 있는 자산은 반기보고서 기준 자산총계 870억원, 부채 20억원 수준이다. 통장에 있는 현금 20억원, 단기 금융투자자산 553억원과 장기금융상품 200억원까지 더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이 780억원대에 이른다. 지분율 10%도 안 되는 오너 일가가 이만한 곳간을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케이엑스에셋의 특별관계자 중 하나인 피어벨류의 최대주주는 개인 최상주 씨(지분 17.91%)다. 최상주 씨는 방송채널사업과 아시아경제신문 등을 계열사로 뒀던 KMH그룹, 현재의 KX그룹 회장을 2009년부터 맡아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써니전자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상법 개정이 만들어낸 구조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자사주 활용 제약과 집중투표제 도입 논의 등으로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에 써온 수단이 크게 좁아지면서, 지분율이 낮은 대주주일수록 외부 세력의 공격에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줄면서 최대주주 지분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소형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미리 지분을 정리하고 회사를 넘기려는 오너가 늘고 있다"며 "써니전자처럼 지분은 취약한데 재무구조는 탄탄한 회사일수록 앞으로도 이런 지분 매집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