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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생인 레오폴트 아셴브레너는 2024년 발표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앞으로 10년'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언했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예언은 상당 부분 들어맞으며 2년간 운용자산 100배 증가, 수익률 1551%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은 11회에 걸쳐 그의 혜안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국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들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운항 중단한 스피릿 항공. 사진=EPA연합뉴스
운항 중단한 스피릿 항공. 사진=EPA연합뉴스
파산한 미국 저비용항공사 스피릿항공이 남긴 자산 중 하나에 1000만달러라는 가격이 붙었다. 구글은 지난달 파산 경매에서 스피릿항공의 업무 기록을 인수할 낙찰자로 선정됐다. 구글은 법원으로부터 거래 승인을 받는 대로 이 자료를 제품 개발과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에 활용할 계획이다.

스피릿항공의 업무 기록에는 약 1억건의 이메일과 5억건의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 메시지, 3000만줄의 프로그램 코드가 포함됐다. 스프레드시트와 일정표는 물론 마케팅과 직원 생산성, 회사 운영에 관한 자료도 들어 있다. 직원들이 실제 회사에서 어떤 문제를 접하고 동료들과 어떠한 협의 과정을 거쳐 업무를 처리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록이다.

구글이 파산한 항공사의 업무 기록에 1000만달러를 제시한 것은 양질의 실제 업무 데이터가 얼마나 희소한지를 보여준다. 최상위 AI 모델은 인터넷에 공개된 책과 논문, 뉴스, 프로그램 코드 등 사람이 만든 고품질 자료의 상당 부분을 이미 학습했다. 반면 실제 업무 과정이 담긴 기업 내부 자료는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문제로 외부에서 확보하기 어렵다.

○공개 데이터 소진 임박…몸값 높아진 기업 업무기록

AI 산업 발전 방향을 예측해 ‘AI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레오폴트 아셴브레너는 2024년 보고서 ‘상황 인식’에서 고품질 인터넷 데이터가 소진되면 더 많은 문장을 읽히는 기존 사전학습 방식이 한계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산 장치를 늘리더라도 새로 학습할 양질의 자료가 부족하면 과거와 같은 속도로 성능을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돌파구는 합성 데이터와 자기대국, 강화학습, 더 높은 표본 효율이다. 합성 데이터는 현실에서 직접 수집하는 대신 AI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든 학습자료다. 여기에 AI가 문제를 반복해서 풀고 실패에 대한 평가를 받아 더 나은 방법을 익히는 자기대국과 강화학습을 결합할 수 있다.

알파고 개발을 이끈 데이비드 실버 이네퍼블 인텔리전스 창업자도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AI 발전에 지름길을 제공한 ‘화석연료’에 비유했다. 인간이 만든 데이터 가운데 공개된 것은 한정되어 있고, 같은 자료를 반복해서 학습하면 성능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반면 AI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경험을 쌓는 방식은 “한계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연료”라고 평가했다.
알파이볼브가 더 빠른 행렬 곱셈 알고리즘을 찾고자 탐색하는 과정. 사진=구글 딥마인드
알파이볼브가 더 빠른 행렬 곱셈 알고리즘을 찾고자 탐색하는 과정. 사진=구글 딥마인드
바둑 AI가 대표적인 사례다. 초기에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했지만 이후 자기 자신과 수없이 대국하면서 인간이 남기지 않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었다. 승패가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수가 좋은 선택이었는지도 자동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언어모델 역시 답의 정확성을 판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경험을 생산한다면 인간이 만든 데이터의 한계를 일부 넘어설 수 있다.

최근 AI 경쟁에서는 학습을 마친 모델에 더 많은 추론 기회를 주고 여러 대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모델을 다시 훈련하는 합성 데이터 학습이나 강화학습과는 구별되지만, 한 번에 답을 내놓는 대신 반복적인 탐색과 검증으로 성능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방향성이 같다.

○‘한 번 읽는 학습’에서 반복 탐색·검증으로

오픈AI의 GPT-5.6 다중 에이전트 기능은 하나의 중심 에이전트가 여러 하위 에이전트에 과제를 나눠 동시에 수행하게 한 뒤 결과를 종합한다. 알파벳 산하 구글 딥마인드의 코사이언티스트도 여러 AI 에이전트가 과학 가설을 만들고 토론하며 순위를 매기는 ‘아이디어 토너먼트’를 운영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이볼브는 AI가 새로운 알고리즘을 제안하면 자동 평가기가 이를 실행해 정확성과 효율을 측정한다. 높은 점수를 받은 프로그램은 다음 세대 후보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이런 방법의 핵심은 AI가 만든 답을 자동으로 채점할 수 있느냐다. 프로그램이라면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실행 속도를 측정하고, 수학 문제라면 계산 결과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평가 기준이 분명하면 사람이 정답과 해설을 일일이 만들지 않아도 AI가 수많은 해법을 시도하고 그중 성적이 좋은 결과를 골라 다음 탐색에 활용할 수 있다. 검증을 통과한 결과는 새로운 합성 데이터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만든 자료가 모두 새로운 교과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리야 슈마일로프 옥스퍼드대 연구원 등이 참여한 연구에서는 AI가 생성한 자료를 무분별하게 반복 학습하면 희소하고 중요한 정보부터 사라지고 출력이 획일화되는 ‘모델 붕괴’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합성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것만큼 정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인간이 만든 원본 데이터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오픈AI와 알파벳, 앤트로픽, 메타의 경쟁도 단순히 더 큰 데이터센터를 짓고 더 많은 문장을 학습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문제에서 정답을 자동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 실패에서 실제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많이 구축했는지, 제한된 사례로 새로운 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익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AI 학습자료와 평가 환경을 공급하는 서지AI와 스케일AI 같은 기업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앞으로 AI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는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정확성을 검증할 수 있는 합성 데이터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 된다. 추론 과정에서 소비하는 토큰 수와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정답 하나를 얻는 데 드는 총비용도 함께 따져야 한다. 더 오래 생각하고 더 많은 답을 만드는 AI가 반드시 경쟁력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수준의 정답을 더 적은 데이터와 연산으로 내놓는 기업이 다음 AI 경쟁에서 앞설 가능성이 크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