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근무 중 커피 타임도 옛말"…'꼼수 근무'에 뿔난 기업들
'가짜 노동과의 전쟁' 선포한 기업들
'일하는 방식'에 칼 빼들어
현대차, 재택근무 주2회→1회
LG유플, PC로그인 출근체크
근로시간 단축에 몰입도 관리
'일하는 방식'에 칼 빼들어
현대차, 재택근무 주2회→1회
LG유플, PC로그인 출근체크
근로시간 단축에 몰입도 관리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1일부터 남양연구소 연구개발(R&D) 인력의 재택근무 가능 횟수를 기존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이기로 했다. 재택근무 오남용 관리 방안도 마련했다. 별다른 사유 없이 매주 금요일 재택근무를 사용하는 관행, 업무가 집중되는 ‘코어타임’에 일하지 않고 관리가 허술한 시간대에 근로시간을 채우는 꼼수 등을 ‘재택근무 오남용’으로 정의하고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애초 올해 1월 1일부터 재택근무 감축을 시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주 2회 재택근무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시행 시기가 늦어졌다. 법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도입한 원격근무를 근로자의 고정적 근로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회사가 지난 27일 시행 방침을 재공지하자 노조원들이 담당 임원실 진입을 시도하다가 사측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업무용 클라우드 PC 접속 시간을 근태 관리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출입카드만 찍고 실제 업무는 늦게 시작하는 편법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근로시간 관리에 민감해진 배경에는 ‘법적 리스크’도 있다.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임금을 정상 지급하더라도 사업주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정규직 임금근로자의 주당 취업시간은 36.5시간으로 2016년보다 4시간 감소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로 주요 7개국(G7) 평균(80.2달러)의 68.6%에 그친다.
근로시간 주는데 생산성은 '멈춤'…기업들 "진짜 일 하는 시간 사수하라"
근로시간 뻥튀기 관행에 '현미경 조사'
임직원 근로시간 관리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실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근무시간에 몰입해서 일하는 제도와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과거의 관행을 고수하려는 노조 측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정부의 근로시간 규제가 세지고 있어 기업들도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근로시간 뻥튀기, 더 이상 안돼”
국내 한 건설사는 최근 지문 인식기를 도입해 현장 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뻥튀기’를 적발했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직접 사내 시스템에 근로시간을 입력해 연장근로 수당 등을 신청하는 방식이었는데, 수당이 과도하게 책정된 데다 주 52시간을 넘겼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해당 근로자는 실제 근로시간보다 수십 시간 더 일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손해액은 1000만원이 넘었다. 이런 근로자가 여러 명 적발되자 회사는 대규모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유연근무제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3년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위기감이 고조된 이후 엄격한 근태 관리로 선회했다. 화상회의를 할 때도 노트북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해 회의에 집중하는지 확인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사업장을 벗어나려면 사원증을 찍도록 해 담배타임이나 커피타임을 위한 출입 기록도 남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공장을 벗어나는 임직원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절차를 도입하려다가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IT 기업은 재택근무 폐지 ‘러시’
정보기술(IT)·플랫폼 업계는 코로나19 당시 대거 도입한 재택근무제 등을 줄이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한다. 기존에는 월 4회만 대면근무하면 되는 ‘완전재택 제도’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출근을 의무화한 것이다. 당근마켓도 지난해 10월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했다. 우아한형제들도 근무자 자율 선택제를 폐지하고 지난해부터 주 2회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 2028년 잠실 신사옥 이전 뒤에는 주 3회로 늘릴 예정이다.코로나19 당시만 해도 재택근무는 인재 확보를 위한 필수 제도였다. 다른 기업이 주 2~3회 재택을 내걸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인력 확보 경쟁이 한풀 꺾이고 경기 둔화와 인공지능(AI) 전환 등으로 생산성 압박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제 업무 효율과 협업 속도를 따지기 시작하면서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단속 강화
기업들의 태세 전환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기조 강화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주4.5일제와 실노동시간 단축,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를 국정과제로 명시했다. 올해 4월엔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발표했고, 6월부터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감독을 확대하고 나섰다. 반면 고소득 전문직의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는 화이트칼라이그젬션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기업들이 장시간 근로에 가려졌던 ‘근무 태만’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다.시간당 생산성도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에 그쳤다. 주요 7개국(G7) 평균(80.2달러)의 68.8% 수준이다. 미국(100.1달러), 독일(91.2달러), 프랑스(82.9달러), 영국(77.3달러), 캐나다(70.3달러), 일본(59.4달러) 등 G7 모든 국가가 한국보다 높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은 일하는 시간의 밀도를 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곽용희/정상원/노유정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