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2.9%까지 치솟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가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호네후토방침)을 발표한 직후였다. “‘강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일본은행의 적절한 금융 정책 운용도 매우 중요하다”는 문구가 화근이었다.

일본의 물가는 작년 12월까지 45개월 연속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올해도 1.8~1.9%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올 6월 정책금리를 연 1.0%까지 올렸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표현을 하자 ‘채권 자경단’이 경고에 나선 셈이다. 이후 일본 정부가 문구를 일부 수정했지만 금리 상승은 진정되지 않았고,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처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수록 정부 재정은 악화한다.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늘어난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면 부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반대로 재정 부담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늦추면 엔저와 수입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다카이치 정부의 확장 재정도 통화정책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치솟자 해법을 둘러싸고 재무부와 Fed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국채 바이백 확대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연방정부의 현금 계좌인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사실상 재무부가 양적완화(QE)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다. 통화량 증가와 Fed 대차대조표 확대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케빈 워시 Fed 의장에게 재무부의 움직임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트럼프맨’으로 의심받는 워시 의장이 재무부와 보조를 맞추면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재무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 행정부와 정면으로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선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했다. 내년도 역대 최대 규모(800조원 이상)의 예산 편성을 추진하는 정부와 ‘엇박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심성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