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 공연 ‘가장 아름다운 노래’
소프라노 이해원, 테너 존 노, 바리톤 노현우 인터뷰
예술의전당서 한국 가곡으로만 프로그램 준비
존 노 “가곡으로 한국어 배우던 순간 못 잊어”
이해원 “힘들 때 힘이 될 한국 가곡 저마다 품길”
노현우 “노랫말에 맞는 해석 놓치지 말아야”
사람의 목소리는 익숙한 언어로 쓰인 노랫말과 어우러지면 듣는 이의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우리말로 된 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리려 소프라노 이해원, 테너 존 노, 바리톤 노현우가 뭉쳤다.
다음달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가곡 공연인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연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ANRC 스튜디오에서 이들 3인을 만나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에 대해 물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ANRC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한 테너 존 노(왼쪽부터), 소프라노 이해원, 바리톤 노현우. 김범준 기자.
공연은 홍난파의 ‘고향의 봄’, 김광수 ‘엄마야 누나야’처럼 수십년간 사랑받은 명곡들을 비롯해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정환호의 ‘꽃 피는 날’, 강한뫼의 ‘바람이 불어’ 등을 다룬다. 존 노는 “고전부터 현대 한국 가곡을 뜻하는 ‘K아트팝’까지 한국 가곡을 폭넓게 조명하고 싶다”며 “연대기 순으로 레퍼토리 순서를 구성해 우리 가곡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보여줄 것”이라 말했다.
“저마다 기억하는 한국 가곡 있죠”
성악가 세 명이 한국 가곡으로만 공연 프로그램을 짜는 건 드문 일이다. 방탄소년단(BTS)의 ‘봄날’을 가곡 버전으로 불러 화제가 됐던 이해원은 2020년 한국 가곡 앨범인 ‘흔들리는 꽃’을 낸 뒤 한국 가곡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쌓아왔다. 존 노는 음악 그룹 라비던스로 경연 프로그램인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 둘은 공연에서 가곡을 함께 노래해오던 사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ANRC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테너 존 노. 김범준 기자.
존 노는 “우리 둘에 묵직한 바리톤 소리를 더하면 소리가 더 풍성해지고 단단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노현우를 포함한 3인이 의기투합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노현우도 그룹 리베란테로 ‘팬텀싱어4’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여러 세대를 아루는 팬덤을 얻은 성악 스타다. 노현우는 “이렇게 대단한 성악가분들과 가곡 무대를 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같은 노씨여서 존 노님을 뵐 때마다 반가움이 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말씀을 여쭙곤 했다”고 했다.
왜 우리말로 가득한 공연을 꾸리게 된 걸까. 존 노는 “한국 가곡은 우리 모두의 노래”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가곡엔 한국인의 역사와 기억이 담겨 있다. 가사가 잘 들리는 한국 가곡에선 노랫말의 의미가 한국 관객 모두에게 전달된다. 동요나 TV 프로그램으로 한국 가곡을 듣거나 흥얼거려본 이들도 많다. 노현우는 “세대별로 저마다 기억하는 한국 가곡이 있다”며 “그렇기에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더 발전할 수 있는 음악”이라 말했다.
“우리말이라 어려워요, 금방 티 나잖아요”
이번 무대에 오를 성악가들도 소중히 느끼는 우리말 가곡이 있다. 노현우에겐 ‘고향의 봄’이 그렇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중 많은 분들이 느꼈을 고향에 대한 그리움, 아픔이 묻어져 나오는 곡”이라며 “독일 가곡이 내면적 성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면 한국 가곡은 자연과 그리움 등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아 민족성이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ANRC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한 테너 존 노(왼쪽부터), 소프라노 이해원, 바리톤 노현우. 김범준 기자.
존 노가 애착을 느끼는 이수인의 ‘별’에도 한국인의 서사가 담겨 있다. 이 곡은 미국에서 7세까지 살았던 존 노가 한국으로 이주했을 때 학교 첫 음악 수업에서 배운 곡이다. “이 곡을 동요로 접하며 한글을 배웠던 기억이 소중하다”고.
이해원은 가곡 ‘보리밭’을 호스피스 병동에서 노래한 기억을 못 잊는다. “한 아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상황에서 그 아들의 아버님이 찾아 들으셨던 노래였어요. 전 음악이 줄 수 있는 힘을 믿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힘이 돼 줄 수 있는 자기만의 ‘애착 가곡’을 누구나 하나씩 품었으면 좋겠어요.”
가사가 우리말이라는 건 매력이자 난제다. 가사가 잘 들리는 한국 가곡에선 노랫말의 의미가 한국 관객 모두에게 전달된다. 노현우는 “동요나 TV 프로그램 등으로 접하며 세대별로 기억하는 한국 가곡이 저마다 있다”며 “그만큼 노랫말에 안 맞는 해석을 하거나 감성을 놓치게 되면 금방 티가 난다”고 말했다.
존 노는 “한국 가곡은 한국어로 노래하니 관객과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며 “노래에 메시지도 함께 전해야 한다는 점이 다른 공연과 확연한 차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ANRC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해원. 김범준 기자.“그리웠던 사람, 행복했던 순간 떠오르길”
이번 공연은 한국 가곡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해원과 존 노, 노현우는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가 강한뫼에게서 곡을 따로 받았단다. 강한뫼는 클래식과 국악을 넘나들며 한국 가곡 연작 시리즈를 기획했을 뿐 아니라 SM클래식스를 통해 K팝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이력이 있다. 이해원은 “노래할 3명의 색채를 담을 수 있는 곡을 부탁드렸다”며 “어렵지 않으면서도 너무 흔하지 않은 작품을 부탁했는데 어려운 요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이해원의 음색에선 선선한 가을에 새벽 안개를 머금은 듯한 울림이 느껴지곤 한다. 그가 지난해 아르떼와의 인터뷰에서 “슴슴한 평양냉면 맛”으로 자신의 음악을 소개한 배경이다. 다른 성악가에게도 자신의 음악이 어떤 요리와 닮았는지 고약한 질문을 던졌다. 노현우는 요리 재료인 “물과 소금”으로 소개했다. “어떤 요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재료잖아요. 전 여러 지역의 가곡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본 재료로 들어가고 싶어요. 개성 있는 보컬은 아니어서요(웃음).”
서울 종로구 부암동 ANRC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바리톤 노현우. 김범준 기자.
존 노는 옷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모양과 무늬가 서로 다른 천 조각들을 이어붙인 패치워크가 가득한 슈트(정장)와 비슷하다고. “쇼핑하다가 본 옷인데, 형식상으론 슈트인데 패치가 다르게 붙어 있는 거죠. 어떤 틀 안에 있으면서도 개성을 보여주는 음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정통적인 슈트는 아니지만 변형된 슈트죠. 그 디자인을 봤을 때 저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이들은 각자 활동을 이어간다. 다음달 존 노는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을, 노현우는 KNN방송교향악단과 ‘더클래식 인 거제’ 공연을 연다. 이해원은 올 연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이번 공연으로 관객이 무엇을 얻어갔으면 하는지 묻자 이해원은 “그저 한 곡만이라도 관객 마음에 와닿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웠던 사람, 행복했던 순간, 아니면 어떤 다른 기억이라도 한 번 떠오른다면 충분합니다. 한국 가곡엔 그럴 여운을 남길 힘이 있어요.”
서울 종로구 부암동 ANRC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한 테너 존 노(왼쪽부터), 소프라노 이해원, 바리톤 노현우. 김범준 기자.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