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집의 작가' 서도호가 '집'으로 돌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서도호 대규모 개인전
내년 2월 9일까지
서도호 대규모 개인전
내년 2월 9일까지
27일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서도호’는 마침내 그 공백을 메우는 자리다. 설치·드로잉·영상 등 500여 점이 나온 작가 인생 최대 규모 전시로, 유치원 시절 그림부터 올해 완성한 신작까지 모았다. 서도호는 개막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국내 관객과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父子의 자화상이 된 한옥
전시의 출발점은 미술관 복도에 차린 ‘시드 뱅크(seed bank·씨앗 창고)’다. 어린 시절 그림부터 서울대 동양화과 대학원 졸업 작품까지, 지금의 서도호를 만든 ‘씨앗’들을 모아둔 자리다. 이어지는 3전시실에서는 드로잉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이 집 전체에 한지를 붙이고 문지르는 작업을 1년 가까이 반복해 작품을 완성했다. 문지른다는 뜻의 ‘러빙(rubbing)’과 사랑한다는 뜻의 ‘러빙(loving)’을 겹친 제목처럼, 그는 제작 과정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지은 집을 아들이 손끝으로 떠낸 이 작품에는 두 사람의 흔적이 겹쳐 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아버지와 나의 자화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집은 나를 만든 시간”
‘둥지/들’은 작가가 이때까지 살았던 방과 복도 10곳을 이어 붙인 22m 길이의 천 통로다. 서도호는 “지난해 테이트 모던 전시에 이 작품이 나왔는데, ‘작품 속을 걸으며 내 삶과 내가 거쳐온 집들을 돌아보게 됐다’는 관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집 작품 외에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설치작품으로 익숙한 ‘카르마’는 야외 전시공간에 나왔다. 무수히 많은 작은 인물상(像)이 유리판을 떠받치는 ‘바닥’은 관객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한 작품. 그 옆 벽지를 자세히 보면 작은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교 졸업앨범 속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로 줄여 벽지로 만든 ‘후 엠 위(Who Am We?)’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나’는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타인과 얽혀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한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