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中 반도체와의 전쟁, 결국 공산당과의 싸움
중국 D램 반도체의 총아로 부상한 CXMT는 외견상 전도 유망한 첨단 민간 기술회사로 보인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실리콘밸리 근무 경험이 있는 경영인 주이밍은 ‘반도체 자주개발론’을 부르짖으며 작업복을 입고 생산라인과 연구실에서 현장 엔지니어들과 부대끼면서 8년을 무보수로 일했다. 창업 10년 만에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4위에 포진했다. 지난 7월 중국판 나스닥 상하이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 때는 456%라는 전대미문의 주가 상승률로 세계 IT 시장이 주목하는 성공신화를 썼다.

그런데 주주 구성과 창업 과정을 들여다보면 회사 정체성에 큰 의구심이 든다. 이 회사의 기업공개(IPO) 신고서를 보면 주주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실질 지배주주가 없는 것처럼 명시하고 있다. 주이밍 개인 지분율 또한 2%밖에 안 된다. 그러나 투자 자금을 성격별로 분류하면 뚜렷한 맥락이 잡힌다. 이런저런 이름으로 흩어져 있는 국유자본과 지방정부 자금, 곧 공산당 배후의 자금 지분율이 60%에 달한다. 특히 중국 국무원의 국유기업구조조정기금도 출자를 했는데, 이 기금 주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중국 최대 방산기업 중국병기공업집단도 들어 있다. AI 전쟁 시대,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얽힌 CXMT-병기공업집단-인민해방군 간 연관성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CXMT는 공산당 주도로 시진핑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반도체 독자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회사며, 주이밍은 이 과정에서 낙점받은 전문경영인일 뿐이다. CXMT 창업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가 주도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허페이 모델’은 실상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스타트업 육성책으로 포장한 것이다.

CXMT는 요즘 한국 언론에서 경제면뿐만 아니라 사회면에도 연일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술 탈취 사건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산업 스파이 수법은 일반 기업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에 반도체와 무관한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포섭한 삼성전자 출신들을 그 회사로 이직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실제로는 CXMT 팹에서 근무하게 했다. 추적 교란 목적으로 한국 내 사무실은 주기적으로 바꾸고, 이메일은 중국 전용 계정만 사용하도록 했다. 출국금지 및 체포 시에는 단체 대화방에 특수암호를 전파시키는 은폐 수법까지 교육했다. 공산당 핵심 첩보기관인 국가안전부 등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기법들이다.

중국 기업을 위해 인민해방군과 국가안전부가 합작해 해킹을 지원한 결과 상대방 기업이 완전히 몰락한 사례도 있다.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의 런정페이가 창업한 화웨이와 한때 캐나다 증시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통신장비 회사 노텔 간 기술 탈취 사건이다. 노텔은 최고위급 임원 7명의 계정이 패스워드를 바꿔도 그마저 해커들에게 넘어가는 영구 백도어 공격으로 수십조원을 들인 통신기술 연구개발 자료는 물론 입찰 견적서와 가격 제안표까지 번번이 해킹당해 2009년 끝내 파산하고 말았다. 화웨이는 R&D센터를 노텔 본사가 있던 캐나다 오타와에 설립하고 실직한 노텔 엔지니어를 대거 흡수해 글로벌 정상에 오르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후일 캐나다 및 미국 당국의 조사 결과 인민해방군 총참모군 산하 해커부대와 국가안전부 외곽조직 소행으로 확인됐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은, 특히 반도체 분야에선 개별 기업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의 싸움 양상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민간 기업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질은 공산당이 결정하는 중국 국가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공산당을 떠받치는 인민해방군이 주주 구성에 연결된 흔적도 있다. 인민해방군이나 국가안전부가 반도체산업에 연루되는 상황은 이들이 악랄한 기술 절도범이라는 점에서 더 우려된다. 간첩 대상을 북한만이 아니라 외국으로 넓힌 형법 개정안이 내달부터 시행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막는 것이다. 국내에서 산업 스파이 감지 능력이 가장 뛰어난 곳은 국가정보원이다. 국정원에서 대공 수사권을 떼어낸 것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이상으로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