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AI전쟁, GPU보다 더 귀한 천재 1명
요즘 인공지능(AI)산업계에서 가장 각광 받는 인물은 중국 문샷AI의 최고경영자(CEO) 양즈린이다. 이 회사의 생성형 AI 신모델 ‘키미 K3’는 챗GPT 5.6Sol이나 클로드 페이블 같은 폐쇄형 최상위 모델보다 훨씬 저렴한 오픈 소스 모델이면서도 성능은 버금가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딥시크 쇼크’에 이어 ‘키미 쇼크’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가 주목받는 데는 창업 과정도 한몫하고 있다. 딥시크의 주역 량원펑이 학부에서 박사까지 모두 저장대에서 마친 순수 토종인 데 반해 양즈린은 칭화대를 나와 컴퓨터사이언스 분야 세계 최일류 중 하나인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해외파다. 그런 그가 애플의 제안을 뿌리치고 실리콘밸리 대신 중국 내 창업을 택했기에 더 화제가 됐다.

미·중 갈등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창업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기 최적의 환경이라는 판단에서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든든한 서포터다. 막대한 규모의 중앙 및 지방 정부의 AI 펀드 외에도 현지 빅테크까지 스타트업에 대한 ‘애국적 후원’을 맡고 있다. 문샷AI의 시리즈 투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주도했다.

양즈린이 이보다 더 크게 본 것은 ‘드림팀’, 중국 내 인재 풀이다. 중국의 이공계 육성 체제 아래 매년 500만 명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가 쏟아져 나온다. 단순히 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표현한 대로 “의무교육에서 고교·대학·박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탐구력을 지닌 사람들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양즈린 스스로가 그런 교육을 받았다. 그는 우리의 수능시험 격인 ‘가오카오(高考)’로는 중국 최고 명문대 칭화대에 갈 점수가 못 됐다. 그런 그가 칭화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상비군에 주어지는 특전인 ‘바오쑹(保送)’이란 무시험 전형을 통해서다. 그는 칭화대에서도 소수 정예 특별반인 ‘야오반’에 편입됐다. 대학 시절 모든 프로그래밍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고, 특등장학금에 이어 결국 컴퓨터 학과 수석으로 졸업했다. 우리로 치면 수능 성적으로는 서울대에 못 갈 프로그래밍 영재를 무시험 특전으로 서울대 컴퓨터학과에 입학시킨 뒤 초엘리트 교육으로 천재 AI 개발자로 키워 놓은 것이다.

양즈린이 속했던 야오반은 세계 최고 권위의 AI 상인 튜링상의 유일한 중국계 수상자 야오치즈 칭화대 교수가 MIT와 스탠퍼드대의 컴퓨터 학과를 뛰어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개설했다. 튜링상 수상 경력의 해외 스타 교수들과 1 대 1 멘토 교육 등 ‘1층이 아니라 곧바로 6층부터 강의가 시작’되는 고강도 교육이다. 그 1기 졸업생이 구글 웨이모와 쌍벽을 이루는 글로벌 로보택시 1호 상장사 포니AI 창업자 러우톈청이다.

중국의 엘리트 교육은 덩샤오핑 시절인 1978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드시 상식을 깬 인재 발굴·육성’의 기치 아래 중국과학기술대에 ‘소년반’이란 영재 조기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 소년반 출신의 대표적 인물이 중국 반도체산업의 영웅으로 떠오른 캠브리콘의 천윈지·천톈스 형제다. 형은 14세, 동생은 16세 때 중국과기대에 조기 입학해 각각 24세, 25세 때 박사를 딴 수재들이다. 이들이 개발한 AI 전용칩 덕에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봉쇄에도 AI 모델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서울대 공대도 칭화대의 야오반과 비슷한 성격의 AI 엔지니어 조기 육성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공대 학장이 가장 애로를 느낀 점은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입상자 등 발군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서류상으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공정성을 이유로 학생들의 대외 활동을 입학 서류에 단 한 줄도 표시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중국보다 시장경제를 한다는 자본주의 한국의 교육 제도가 훨씬 획일적이다. 우리는 중국과 이미 승부가 뻔한 AI 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개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수십 년 교육 시스템의 산물인 인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세계 국가 간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곧 인재 전쟁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싸우려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