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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자금세탁 찾아낸다 [태평양의 미래금융]
개별로 볼 땐 정상...전체 보면 '수상'한 자금세탁
한국도 '지급 결제 사슬'의 투명성 확보해야
지급 결제 혁신 위해 편리함만큼 '신뢰' 중요
한국도 '지급 결제 사슬'의 투명성 확보해야
지급 결제 혁신 위해 편리함만큼 '신뢰' 중요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지급결제대행업자(PG), 선불전자지급수단, 간편결제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등 다양한 비은행 사업자가 지급결제 과정에 참여한다. 하나의 결제가 여러 사업자의 시스템을 거쳐 처리되기도 한다. '금융의 혁신' 측면에서는 당연하고 바람직한 변화다. 문제는 돈이 움직이는 방식은 빠르게 바뀌었는데 자금세탁 방지(AML)의 시각은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전체를 봐야 흐름이 보이는 자금세탁
이는 AML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개별 거래 하나만 보면 정상적인 결제로 보이지만 여러 거래를 연결해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소액을 반복적으로 충전한 뒤 여러 계정을 거쳐 자금을 이동시키거나, 정상적인 상품거래를 가장해 자금을 주고받거나, 다수의 계정을 이용해 자금을 분산한 뒤 다시 한곳으로 모으는 거래가 대표적이다.
이런 거래는 하나의 금융회사만 바라봐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결국 지급결제시장의 발전은 AML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누가 고객을 확인할 것인가'를 넘어 '누가 거래 전체를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업자 명칭·규모는 껍데기...모니터링 必
예를 들어 다수의 이용자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사업자라면 단순히 고액 거래만 탐지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소액 분할거래, 반복적인 충전과 환급, 비정상적인 다계정 거래, 가맹점과 이용자 사이의 특이한 자금순환 등 해당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한 탐지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객 확인도 마찬가지다. 가입할 때 신분증을 한 번 확인했다고 해서 고객을 계속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가입 당시에는 평범하던 고객의 거래행태가 이후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결국 KYC(Know Your Customer)는 가입 시점의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거래 모니터링과 연결돼야 한다.
'결제 사슬' 추적하는 국제 흐름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국제기준 하나가 추가됐다는 사실이 아니다. AML의 관점이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에서 전체 지급결제 사슬(payment chain)의 투명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韓, 세계적 트렌드 따라가야
우리도 이제 '은행은 은행대로, 카드사는 카드사대로, 전자금융업자는 전자금융업자대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첫째, 지급결제 과정에서 어느 사업자가 어떤 고객정보와 거래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AML의 공백은 의외로 규제가 전혀 없는 곳보다 두 사업자의 책임이 맞닿는 경계에서 발생하기 쉽다.
둘째, 업권별로 동일한 규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실제 위험에 비례한 AML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소액결제가 대부분인 사업자와 해외송금이 빈번한 사업자, 다수의 가맹점 정산을 수행하는 사업자의 위험은 같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감독의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규정과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해당 시스템이 위험한 거래를 찾아내고 있는지, 탐지되지 않은 영역은 없는지,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 그에 따른 자금세탁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급 '결제 혁신' 위해 필수적인 AML 성장
지급결제시장은 앞으로 더 빠르고 복잡해질 전망이다. 은행과 비은행의 경계도 지금보다 더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AML도 변해야 한다. 어느 업종에 속하는지를 먼저 묻기보다 실제로 돈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떤 경로를 거쳐 누구에게 가는지를 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보가 끊기는 지점과 책임이 모호해지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금세탁은 가장 규제가 강한 곳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간다. 돈은 이미 은행의 경계를 넘어 움직이고 있다. 이제 AML도 그 경계를 넘어 자금의 흐름을 따라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