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이자 직장인? 투잡 어디까지 허용될까
두루미 전자 영업3팀 유보나 부장은 직장인이자 아내, 엄마로서 평범한 삶을 살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일과 가정을 모두 돌보고 있지만, 실상은 법이 놓친 범죄자를 처단하는 원샷원킬 전설의 킬러 ‘킹피셔’이다. 사실 유보나 부장을 포함한 영업3팀은 회사에서는 실적 압박을 받고 상사로부터 깨지기도 하는 직장인들이지만, 구성원들이 각자의 사연과 특기를 가진 최정예 킬러팀이다. 이들의 작전은 ‘클라이언트 미팅’이고, 미팅 종료는 작전의 성공적인 완수를 뜻한다. 영업3팀은 친목 도모를 위한 회사 워크숍을 클라이언트 정보 수집을 위한 작전으로도 활용하며 직장인과 킬러, 투잡의 경계를 넘나든다. 드라마 유부녀 킬러다.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은 여전히 회사에서의 업무와 인간관계로 바쁘고, 본업 외에 부업 또는 겸업을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일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고, 저녁이나 밤 시간대 또는 주말에, 짧게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고 있어, 실제 겸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체력만 받쳐준다면 본인의 재능을 발휘하고, 수입을 증대시키며, 제2의 커리어 기회를 엿보는 등 장점이 많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가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삶으로 노무제공의 질이 낮아지고, 직원이 딴생각을 하며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에 많은 회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겸업을 금지하고 있고, 겸업이 발견되면 징계를 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직업의 자유가 있고, 본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겸업이 무슨 문제냐는 입장도 일리가 있다. 법원 역시 근무시간 이외의 시간은 근로자의 사적인 시간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다른 사업을 겸직하는 것은 근로자의 개인 능력에 따라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겸업을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거나,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도 겸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직장생활은 근로시간 외의 인간관계나 소정외 활동을 포함하거나 오히려 후자가 더 중요하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고, 근로제공의 의무가 없는 시간에 대하여는 회사생활과 단절이고 온전히 개인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겸업이 전면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겸업은 언제나 허용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 그렇지는 않다.

근로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노무제공을 성실히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등 사규를 준수할 의무 또한 부담한다. 직장에서는 상하간의 위계질서가 있고 일상생활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며 구성원들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에 제자리에 앉아 있는다고 모든 것이 면책되는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업무전념 및 회사나 구성원들에 대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겸업이 문제되는 상황은, (1) 겸업으로 인하여 업무(시간)가 중첩되는 경우, (2) 업무 중첩은 없어도 본업에 영향을 주거나 소속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겸업으로 직접적인 업무(시간) 중첩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업무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다른 일을 하거나 업무가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을 기화로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개인 명의 또는 배우자 명의로 법인이나 단체를 설립하고, 업무시간에 업무용컴퓨터를 이용하여 개인 사업을 위한 작업을 하며 업무시간 중 자신의 개인사업체에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한 사안[대전고등법원(청주) 2013. 8. 27. 선고 2012나3198 판결], 자동차 판매사원이 3개월간 39회에 걸쳐 근무시간 중 무단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들러 매상 확인, 직원 업무지시 등을 한 사안(부산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8나51471 판결) 등이 있고 법원은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회사의 관리 및 감독이 느슨할 수밖에 없는 영업직 직원들에게 이와 같은 겸업 이슈가 자주 발생한다. 사례 중에는 자동차 판매 영업을 하는 직원이 당구에도 소질이 있어 지역당구협회 임원을 맡으면서 배우자 명의의 당구장 운영을 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겸업이 발각되어 회사가 해고조치를 하자 소송이 제기되었고, 대상자는 당구장 손님 또는 협회 지인들을 상대로 자동차 판매 영업을 하였다고 항변하였고 실제로 많지는 않지만 당구장에서 2~3대 정도의 판매 실적도 있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근무시간을 이용하여 당구장을 운영한 점, 당구장 개업 이후 판매실적이 절반 정도로 감소한 점 등을 근거로 정당한 징계사유가 있고 해고의 양정 또한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5. 7. 선고 2014가합35360 판결).

다음으로, 업무 중첩은 없어도 본업에 영향을 주거나 소속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경우인데, 예를 들어 겸업으로 야간근로를 한 후 취침을 거의 못한 채 본업 주간근로를 해야 하는 경우와 같이 겸업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업무에 전념하기 어렵고,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사례(서울행정법원 2021. 8. 20. 선고 2020구합69373 판결),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의 직원이 국내 쇼핑, 호텔 등 정보를 외국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다른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일을 하는 경우와 같이(서울고등법원 2019. 7. 5. 선고 2018나2065317 판결) 이해충돌 및 모럴해저드가 발생한 사안이 있다. 또한 최근 유튜브 등 SNS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를 통하여 활동하는 과정에서 소속 회사가 밝혀지고 회사 이미지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회사의 대외비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징계사유에 해당할 것이다.

영업3팀은 어떨까. 낮에는 성실히 복무하고 밤에만 살짝살짝 킬러 생활을 한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의 조직체계를 활용하여 하나의 팀으로 모여 활동을 하였고, 그런 상황에서 평소 성실히 복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워크숍 등 회사의 공식 업무시간을 킬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활용하였으니 허용되는 겸업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