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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대상 직원의 변호사 동석 요구, 거부해도 될까
한경 CHO Insight
이명철 변호사의 ‘他山之石 노동판례’
이명철 변호사의 ‘他山之石 노동판례’
피해자는 대학교 인권센터에 원고로부터 성희롱,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취지의 신고를 하였다.
학교법인 이사장은 교원징계위원회에 원고가 위와 같은 비위행위를 저질렀음을 이유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고, 징계위원회는 해임을 의결하였다. 학교법인은 원고에게 해임 통보를 하였다.
원고는 교원소청심사청구를 하여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청구가 기각되자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재판 과정에서 ‘징계위원회는 원고가 선임한 변호사의 출석을 거절하여 원고의 방어권을 현저히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사립학교법령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면서도 변호사 선임권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교원징계위원회 심의 절차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절차적으로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설령 변호인 선임권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징계위원회는 심의 과정에서 원고가 변호사와 동석하거나 변호사가 직접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으나, 변호사로 하여금 심의 장소 인근 대기실에 대기하도록 하면서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면 대기실에서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 진술할 수 있음을 고지하였으므로,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만약 원고가 국공립학교 교원이었다면 어땠을까?
행정절차법에 당사자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와 적법절차원칙에 비추어 국공립학교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같은 불이익처분절차에서 징계대상자에게 변호사를 통한 방어권의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징계대상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대상자를 위하여 필요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므로,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16두33339 판결). 원고의 방어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공무원이나 국공립학교 교원이 아니라 사법적 계약관계에 있는 사립학교 교원이었으므로 변호인 동석권이 인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하급심의 결론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정반대의 판단을 하였다.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원의 자격, 복무에 관하여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고(제52조, 제55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1991년에 제정됨에 따라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학교 교원과 마찬가지로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데,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징계절차에서 사립학교 교원에게 인정되는 절차적 권리 보장의 수준도 국공립학교 교원에게 인정되는 수준에 상응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립학교 교원인 징계대상자가 교원징계위원회에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와 동석한 상태에서 진술하겠다고 요구하였거나, 징계대상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교원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대상자를 위하여 필요한 의견을 진술하겠다고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였다면, 그러한 교원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른 징계는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하였다(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4두61155 판결). 원고가 징계절차의 진행을 방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음에도 징계위원회가 원고의 변호사 동석 요구를 거부하였고, 원고가 선임한 변호사가 심의장소 인근에 있었더라도 심의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변호사가 원고에게 바로 조언을 하거나 원고를 위하여 진술을 할 수 없었던 이상 이는 변호사와 동석한 상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항소심을 파기하였다.
그 동안 법원은 사기업의 징계절차에서 변호사의 동석권이 인정되는지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대표적으로 서울행정법원은 <인사위원회에 변호사를 동반하여 참석하고자 하였으나 변호사의 동석을 거부 당하자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지 아니하거나 변호사 없이 진술할 수 없다며 퇴장한 사안>에서 “헌법 제12조 제4항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이는 형사절차에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경제주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징계절차에서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 등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징계대상 근로자가 변호사를 대동하여 출석할 권리가 당연히 보장된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면서 근로자의 징계에 관한 절차적 하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행정법원 2023. 9. 15. 선고 2022구합71578 판결).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효력이 일반 사기업의 징계절차에도 곧바로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반 근로자에게는 사립학교법과 교원지위보호법의 특별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절차나 행정절차가 아닌 영역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해고 등 징계에도 서면통지와 같이 절차적 규정이 점차 추가되는 추세이므로, 머지않아 사기업의 징계절차에서도 변호사의 동석권이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대법원 판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기업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가급적 변호사의 동석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을 가장 높게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