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는 영혼의 교감이자 아름다운 예술의 정점입니다. 예술과 정치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발레리나 마리아 호레바(마린스키 발레단)가 발레를 향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세계적인 무용수들이 만나고 차세대 무용수와 직접 교감하는 서울국제발레축제를 앞두고서다. 호레바는 이번 축제의 갈라 무대(25~26일)에 설 예정이기도 하다.
러시아 발레스타 호레바 “발레는 영혼의 교감…예술과 정치는 별개”
24일 열린 ‘2026 서울국제발레축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호레바는 예술에 대한 철학과 한국 무용수·관객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현장에는 호레바를 비롯해 일본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노 이명현, 김동곤 서울국제발레축제 회장 등이 참석해 축제와 발레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호레바는 “마린스키 극장의 전통 속에서 훌륭한 레퍼토리를 춤출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며 “중요한 것은 직급이나 돈이 아니라 대작 속에서 어떤 배역을 맡아 내면화하고 어떤 캐릭터로 무대에 설 수 있는지, 이를 어떻게 표현해 내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발레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는 발레리노 전민철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인상적인 평가를 내놨다. 호레바는 전민철의 데뷔 무대였던 ‘파라오의 딸’을 비롯해 ‘지젤’, ‘백조의 호수’ 등 여러 작품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전민철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테크닉을 넘어 파트너와의 화학적 작용과 유대감을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젤’에서의 호흡을 떠올리며 “처음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만나는 장면에서 민철의 눈에 알브레히트로서 살아 있다는 느낌이 왔다”며 “스토리가 전개될 때 나와 전민철이 극에 빠져 공연할 수 있었다. 그것이 예술의 가장 멋진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차세대 무용수들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축제 부대행사로 전날 진행된 마스터클래스를 언급하며 호레바는 “학생들이 지적을 받았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정말 중요한 자질”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서구권 공연 제약 등 정치적 상황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호레바는 예술과 정치를 분명히 구분했다. 그는 “예술과 정치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의 발언이나 해석과 나를 연관 짓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호레바가 강조한 것은 발레와 대중 사이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상과 무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 그는 “세계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삶을 사랑하는 것들, 그리고 내 삶의 이야기들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데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발레를 어렵고 지루한 예술로 여기는 젊은 세대에게 발레의 매력을 알리는 것이 SNS 활동의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호레바는 “현재 어린 친구들, 뉴 제너레이션은 자기 삶에 감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있다”며 “발레를 지루한 것이라고 느끼는 친구들도 있는데, 발레는 영화나 한국 드라마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과 나누면서 발레를 알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대에서뿐 아니라 SNS를 통해 일상과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 역시 발레를 보다 친숙한 예술로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발레스타 호레바 “발레는 영혼의 교감…예술과 정치는 별개”
한편 일본에서 활동하며 이번 갈라에 참여하는 발레리노 이명현은 한국과 일본의 발레 문화 차이에 대해 관객들의 반응과 공연 환경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명현은 “일본에서 ‘호두까기인형’ 데뷔 무대를 가졌을 때 커튼콜에서 정말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일본은 클래스부터 리허설까지 피아노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취미 발레도 발달해 있어 외부 발표회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레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무용수에게도 큰 힘이 된다”며 “관객들의 에너지를 받아 무대에서 힘을 더 끌어올리고 100%를 보여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2026 서울국제발레축제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K-발레 월드스타 갈라’는 25일과 26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