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스트밴드'의 한장면. NEW 제공
영화 '고스트밴드'의 한장면. NEW 제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가 흥행을 독식하는 가운데 다양한 장르와 탄탄한 IP(지식재산) 확장성을 앞세운 국산 애니메이션이 틈새를 비집고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어린이용 콘텐츠’ 꼬리표를 뗀 작품들도 성과를 내면서 영화산업 보릿고개를 견디는 배급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 받는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이 지난 5일 개봉한 이후 71만35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다.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 이어 일별 흥행 3위에 열 차례나 이름을 올리는 등 박스오피스 최상단을 지키고 있다. 개봉일인 5일부터 전날까지 15일만 놓고 보면 ‘호프’보다 누적 관객 수가 많다.

유아부터 성인까지…넓어진 관객층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을 바탕으로 한 극장판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인 요청 하츄핑이 단짝인 주인공 로미의 엄마 벨리타 왕비를 구하러 바다로 향하는 내용이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계에 따르면 오는 26일에는 애니메이션 ‘고스트밴드’가 롯데시네마에서 단독으로 개봉한다. 아마추어 가수 ‘미타’가 고스트 4인방과 밴드를 결성해 대형 기획사에 맞서는 K팝 애니메이션이다. 작곡가 윤상, 싱어송라이터 경서가 참여한 그룹사운드풍의 오리지널 노래가 담겼다. 이 밖에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진이 만든 신작 ‘길 위의 뭉치’도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계는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의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유아용 작품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장르와 타깃층이 넓어졌다는 것.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2025·581만), ‘슬램덩크: 더 퍼스트’(2023·492만) 같은 해외 작품뿐 아니라 영화 ‘킹오브킹스’(2025·131만) 같은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도 의외의 흥행을 하는 등 극장용 애니메이션 소비층이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이 영유아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엄마와 딸의 깊은 사랑을 주제로 그리며 자녀와 함께 관람하는 부모세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고스트 밴드’ 역시 인공지능(AI) 등 작중 공포, 사이버펑크 요소를 가미하고 K팝 등 음악을 강조하는 만큼 미취학 어린이보단 청소년 관람을 염두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 배급사도 애니 투자

투자 경색 등으로 상업영화 고갈 우려가 큰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들도 애니메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고스트밴드’를 배급하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대표적이다. 올 초 선보인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외에 별다른 상업영화 배급실적이 없는 NEW는 지난달 ‘드림 애니멀즈: 더무비’를 배급하는 등 신작·재개봉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라인업을 채우고 있다.
영화 '고스트밴드'의 한장면. NEW 제공
영화 '고스트밴드'의 한장면. NEW 제공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투자 리스크가 상당한 대작 실사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EW의 상반기 매출액은 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6억56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 부진 속 하반기에도 별 다른 상업영화 개봉 라인업이 부재한 만큼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작품의 경우 캐릭터IP를 활용한 부가 사업 연계성이 높다는 점도 배급사들이 애니메이션 공략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은 바이포엠스튜디오가 티니핑 제작사인 SAMG엔터테인먼트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고 일부 커머스 사업까지 맡는 구조로 작품을 배급하고 있다.

전작이 손익분기점(48만)의 두 배가 넘는 124만 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 기대가 큰 데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개봉을 전후해 당근마켓 등에서 관련 굿즈 거래가 늘어나는 등 부가 매출을 올릴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포엠은 영화 개봉 전부터 자회사인 네이처라우드의 리빙 브랜드 더메종이 전개하는 마틸라에서 하츄핑 침구를 판매하고 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