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단단한 몸, 흔들리지 않는 마음
“아식스가 무슨 뜻인지 알아?”

얼마 전 남편이 물었다. 아니마 사나 인 코르포레 사노(Anima Sana In Corpore Sano).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라틴어 문장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폐허 속에서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방법으로 창업자는 스포츠를 택했고, 그 철학이 훗날 회사 이름이 됐다. 무너진 마음을 세우는 가장 빠른 길이 몸이라고 본 셈이다.

요즘 이 오래된 문장이 새삼 다르게 읽힌다. 건강한 육체가 하나의 스펙이 됐다. 연애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출연자의 직업 다음에 곧바로 운동 이력이 붙는다. 주 5회 웨이트, 새벽 수영, 마라톤 완주 기록. 예전 같으면 취미 정도로 지나쳤을 이력이 이제는 매력의 핵심으로 읽힌다. 몸이 곧 그 사람의 태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가운 변화다.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보겠다는 뜻이니까.

몸을 가꾸는 일이 이토록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가 된 적이 있었나 싶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왜 하필 지금 찾아왔을까. 얼마 전 지인과 대화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지금 20대는 코로나19와 인공지능(AI)을 연달아 맞은 세대라고.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관계가 끊겼고, 사회로 나가려는 순간에는 직무 자체가 흔들렸다. 열심히 쌓은 기술이 몇 달 만에 낡아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봤다. 무엇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자란 세대다. 그런데 이들은 주저앉는 대신 몸을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진로도, 시장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뛴 5㎞는 배신하지 않는다. 들어 올린 무게는 정확한 숫자로 돌아온다. 확신이 사라진 시대에 몸은 유일하게 정직한 피드백이다. 국내 마라톤 대회 참가자가 5년 만에 열 배로 늘어 1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우연이 아니다.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는 저서 <운동화 신은 뇌>에서 운동을 “뇌를 위한 기적의 비료”라고 표현했다. 몸을 움직이면 뇌에서 신경 성장 인자가 분비돼 학습과 감정 조절 능력이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달리기는 다리만 단련하지 않는다. 마음의 체력도 함께 키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오늘 30분 걷는 것, 제때 자는 것, 한 끼를 잘 챙겨 먹는 것. 통제할 수 없는 세계를 붙잡으려고 애쓰기보다 통제할 수 있는 하루를 쌓는 것이다. 아식스의 이름은 그 순서를 정확히 말한다. 몸이 먼저고 정신이 그 위에 선다.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자기 몸을 챙기는 일은 유행이 아니라 각자가 지닌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오늘의 컨디션은 내가 정할 수 있다. 신발 끈을 묶는 그 작은 결정이 내일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