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율 완화 수혜단지인 동대문 용두1-5지구 >   정부가 재개발 사업 조합 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완화하는 등 정비사업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사진은 동의율 완화 수혜 대상지인 서울 동대문구 용두1-5 재개발 지구 일대 전경.  /임형택 기자
< 동의율 완화 수혜단지인 동대문 용두1-5지구 > 정부가 재개발 사업 조합 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완화하는 등 정비사업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사진은 동의율 완화 수혜 대상지인 서울 동대문구 용두1-5 재개발 지구 일대 전경. /임형택 기자
정부가 재개발조합 설립을 위한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기로 했다. 사업 초기 문턱을 낮춰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공사비 갈등과 인허가 이견을 조정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전문 중재 기구도 신설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23만4000가구 착공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법 개정 사안이 많은 데다 서울시와의 견해차도 변수로 지적된다.

◇재개발·재건축 공급 속도

재개발 동의율 75%→70%…정부가 직접 공사비 갈등 중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8·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 2030년까지 수도권 23만4000가구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도권 착공 물량 중 민간 비중은 80.6%, 서울은 90%에 달한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3년이 걸리는 만큼 기간 단축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개발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은 재건축과 같은 70%로 조정된다. 토지면적 기준 50% 요건은 유지된다. 초기 단계에서 동의 확보 지연으로 사업이 멈추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재건축의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도 67%에서 60%로 낮아진다. 조합설립 인가 신청 전 토지 등 소유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기간은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조합 운영 방식 또한 개선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재개발 사업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 정비사업 경력 5년 이상 전문가가 조합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사업을 신속히 추진한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임원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

◇정비사업 중재 기구 신설 검토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관리에는 정부가 직접 나선다. 국토부는 확정판결 효력을 갖춘 정비사업 전문 중재 기구 신설을 검토 중이다. 공사비 분쟁을 비롯해 조합과 지방정부 간 인허가 이견, 관리처분계획 관련 갈등 등이 대상이다. 그동안 공사비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져 착공이 수년씩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다. 시공사 선정 시 자재 물량과 단가 세부 내역을 조합에 내도록 하고, 일정 기간 내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합 설립과 관리처분계획 절차를 생략해 민간보다 5년 이상 빠른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은 2023년 이후 중단된 신규 공모를 재개한다. 하반기 서울에서 1만~2만 가구 규모 후보지를 발표하고 수도권 2차 공모도 추진한다. 분양권 1개만 가진 1가구는 양도가액 12억원 이하분을 비과세하고,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도금 납부 시기를 잔금 때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한다. 도심 공공주택 사업에서 2030년까지 5만1000가구 착공이 목표다.

이주 단계에서는 대출 기준도 완화한다. 이주비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산정할 때 종전 자산평가액과 종후 자산평가액 중 큰 값을 기준으로 40%를 적용한다. 재건축 후 자산 가치 상승분을 반영해 조합원의 이주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주 속도가 빨라지면 전세 수요가 일시에 몰릴 수 있어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기별 협의체를 통해 관리하기로 했다.

관건은 실행 속도다.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와 조합 임원 성과·책임 체계를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다음달, 중재 기구 신설 법안은 연말 발의될 예정이다. 국회 통과와 하위 법령 정비를 거치면 현장 적용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여섯 달째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23만4000가구 역시 신규 물량이 아니라 기존 사업 지연을 막겠다는 목표치라는 점에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가 요구해온 조합원 지위 양도 규제 완화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서울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조정 등 사업성과 거래 여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제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업성을 높이고 거래 경직성을 완화하는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