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건의했다. 지난달부터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이 적용되면서 이익을 내는 멀쩡한 기업까지 퇴출 위기에 몰리는 등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초 코스닥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달부터는 코스닥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졌다.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이 200억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오늘부터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1월에는 기준이 300억원으로 더 강화된다.

부실·좀비기업을 솎아내 시장 신뢰를 높이고 밸류업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 등 대형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수급 쏠림으로 심각한 왜곡을 겪었다. 그 여파로 1200까지 올랐던 코스닥지수는 640선으로 주저앉았고, 우량 중소·벤처기업도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레버리지 규제 강화 후 코스닥시장이 급반등했지만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시가총액이라는 잣대를 일률 적용할 경우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꾸준히 실적을 내는 기업조차 퇴출 대상으로 내몰릴 위험이 크다. 이들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퇴출을 피하기 위해 시총이 낮은 기업들이 무상증자, 주식병합, 자사주 매입 등 자구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외 악재와 시장 전체 수급 불균형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퇴출 기준 강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옥석은 가려야 한다. 시가총액 외에 재무건전성과 매출·영업이익,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도 취지는 살리되, 멀쩡한 우량기업까지 퇴출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