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를 대거나 투자금 마련을 위해 빚을 냈다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세상 등진 이들 10명 중 6명이 빚에 시달렸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 부실채권(고정 이하 여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3조2525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 지원 등에 힘입어 2021년 말 1조4202억원까지 줄어들었다가 4년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카드빚 연체도 급증했다. 국내 8개 카드사의 카드론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액은 올 3월 말 기준 458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1% 증가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6월 개인회생 신청은 8만1723건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과도한 채무 부담은 정신건강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4년 심리 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61.7%가 사망 당시 부채를 안고 있었다. 부채뿐 아니라 실직 등을 포괄한 경제적 어려움 역시 자살 생각의 주요 배경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발표한 실태 조사에서도 자살 생각을 해 본 사람은 그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44.8%)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경제적 어려움은 청년들의 미래 설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한 국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혼 계획이 있다’고 밝힌 비율은 31.5%로 일반 청년 평균인 63.1%의 절반에 그쳤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