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착취물, 도박 사이트 운영 일당 중 한 명(중간)이 경찰에 의해 검거되고 있다./서울경찰청
불법 성착취물, 도박 사이트 운영 일당 중 한 명(중간)이 경찰에 의해 검거되고 있다./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등을 국내 최대 규모로 유포하는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며 4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회원을 끌어모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직폭력배와 컴퓨터공학 박사 등이 가담해 해외 가상서버와 웹 보안기술을 활용하고 사이트 주소를 계속 바꾸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과 접속 차단을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3대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등에 가담한 A씨(40)와 B씨(36)를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 C씨(54)와 필리핀 국적 관리책 D씨(53)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여성단체가 ‘야동코리아’와 ‘조개모아’ 운영자 처벌을 요구하며 고발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유로폴 등 해외 수사기관, 국가정보원 및 해외 호스팅업체 등과 공조해 A씨와 B씨를 특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이달 초까지 필리핀 파사이시티 등을 거점으로 ‘AGA Global’이라는 도박사이트 솔루션 조직을 구축했다. 조직폭력배 부두목인 C씨를 총책으로 두고 관리책과 자금관리책, 국내외 개발팀을 꾸린 뒤 인사팀과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팀, 도박사이트 운영팀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적발한 불법 성착취물, 도박 사이트 화면./서울경찰청
경찰이 적발한 불법 성착취물, 도박 사이트 화면./서울경찰청
조직은 자체 도박사이트인 ‘가든카지노’와 ‘골든뷰카지노’를 운영하는 한편 16개 도박사이트를 분양하고 587개 총판을 공동 운영했다. 최근 5년간 이들 사이트에서 오간 베팅금은 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용자 충전액 약 3967억원 가운데 환전액은 약 3491억원으로, 조직이 약 476억원의 부당이득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들은 도박사이트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불법 성영상물을 유포하는 대형 사이트까지 직접 운영했다. ‘조개모아’와 ‘야동코리아’에는 지난 2일 기준 영상물 등 게시물 11만6250개가 올라와 있었고 가입 계정은 모두 285만여개에 달했다. 게시물 누적 조회수는 53억5000만회를 넘었다.

불법 음란물과 도박사이트 주소를 모아 제공하는 ‘여기여’를 비롯해 ‘먹중소’, ‘월드슬롯’, ‘도박꾼’, ‘해피’ 등 홍보 사이트도 함께 운영했다. 기존 불법 성영상물 사이트가 외부 도박사이트의 배너광고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방식과 달리,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박사이트의 회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규모 불법 성착취물 사이트를 직접 구축했다. 경찰은 성착취물 유포와 도박사업을 하나의 수익 구조로 결합한 기업형 범죄조직으로 보고 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박사도 동원했을 정도로 치밀했다.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이들 조직은 가상서버와 웹 서버 보안기술 등을 활용해 서버 위치와 운영 주체를 숨기고 사이트 주소를 반복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접속 차단 조치가 내려져도 새로운 주소를 통해 운영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필리핀에 머물던 A씨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 지난 2일 국내 입국을 시도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항공기 안에서 검거됐다. B씨는 경찰이 주거지와 회사 등 이동 동선을 추적한 끝에 이튿날 자택에서 붙잡혔다.
경찰이 적발한 불법사이트 중 한 곳 홈페이지./서울경찰청
경찰이 적발한 불법사이트 중 한 곳 홈페이지./서울경찰청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조개모아’, ‘야동코리아’, ‘가든카지노’, ‘골든뷰카지노’ 등 불법사이트 10개의 데이터베이스(DB)와 서버 관리 권한도 확보했다. 관련 증거를 수집한 뒤 지난 4일 해당 사이트들을 접속 차단하고 복구가 어렵도록 폐쇄 조치했다.

경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과 관리책을 비롯해 도박사이트 총판 운영자, 개발팀과 운영팀 가담자 등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