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형사소송법 개정 그 이후
기본법이라는 것이 있다. 법학의 기초를 형성하고 국가 사법제도의 근간이 되는 법이라는 의미다. 헌법을 비롯해 민법, 형법, 행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이 그것이다. 법대와 로스쿨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옛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의 필수과목이다. 현재 1716개의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나머지 법은 기본법에서 파생돼 나온 곁가지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본법은 중요하고 기본법이 잘못되면 전체 사법체계가 흔들린다. 그 때문에 과거 정부는 최고의 학자와 법조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수년간에 걸친 논의를 거쳐 기본법을 신중하게 개정해 왔다. 이번 형소법 개정이 우려스러운 것도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형사사법의 기본법을 졸속 처리했기 때문이다.

올 10월 검찰수사권 전면 폐지와 공소청 출범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형사사법이 4·19혁명 이전 자유당 정권 시절로 되돌아간다. 헌법의 검사 영장청구권 규정은 4·19 민주이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1962년 헌법 개정 때 도입됐다. 둘째, 1895년 재판소구성법에서 기원해 정부 수립 이후 유지돼온 프랑스와 독일식 대륙법계 검찰제도와 사법경찰제도의 전면 해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검찰제도는 독립된 검찰이 사법경찰을 지휘해 수사하는 체제다.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분리해 범죄 발생 이전의 치안단계는 행정경찰이 담당하고 범죄 발생 이후의 수사단계는 사법경찰이 관할한다.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고 검사 지휘를 받도록 하는 이유는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따른 것이다. 즉 경찰 수장이 인사권을 빌미로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검찰의 문제는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직접수사에 있었다. 그 근원에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자리 잡고 있다. 경찰을 지휘하고 송치사건을 처리한 형사부는 아무런 문제 없이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기능해 왔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직접수사 기능을 폐지해 검찰의 준사법기관성을 강화하고 검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온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한을 두는 방향이어야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헌법을 개정해 검사 인사를 헌법상 독립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의 권한으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만든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라는 허구의 논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형적 형사사법제도가 탄생하고 말았다.

보완수사권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검사 구속 기간은 최대 20일인데 수사권도 없는 공소청 검사에게 20일의 구속 기간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소 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인 항고 역시 고등검찰청이 재기수사명령을 할 수 있다. 검사는 수사권이 없어 이를 이행할 수 없는데 고검이 직접 경찰에 재기수사를 명령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별사법경찰 문제는 더욱 혼란스럽다. 검사의 특사경 수사지휘가 폐지돼 수사권도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행정기관장이 수사 지휘를 하게 됐다. 9개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검사 수사권 폐지로 해체가 불가피하다. 수사권 없는 검사의 합수본 참여는 위법수사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상수도만큼 하수도 관리도 중요하다. 범죄예방과 수사는 대표적인 하수도 관리 분야다. 하수도 관리가 잘못돼 범죄라는 오물이 넘쳐흐르면 누구도 예외 없이 그 속을 걸어 다녀야 한다. 비용 문제도 중요하다. 2004년 프랑스가 형사사건 적체 해소를 위해 미국식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한 것도 ‘막힌 하수구를 뚫는’ 효과를 기대해서다. 한정된 예산과 형사사법 자원으로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제도를 구축해도 모자랄 판에 비용 문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 칭기즈칸의 책사였던 야율초재는 “이로운 것 하나를 시작하기보다 그 전부터 있던 해로운 것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경찰, 중수청, 공수처, 특검, 상설특검, 특사경이 공존하는 수사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형사사법 재건축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