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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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낸 세금을 국내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때 한 국가에서 발생한 적자를 다른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도 나눠 반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정 국가의 적자는 그 나라에만 반영해야 한다며 법인세 환급을 요구한 LG화학과 현대건설은 최종 패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LG화학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쟁점으로 현대건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두 사건의 쟁점은 해외 여러 국가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이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받을 때 한 국가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였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낸 세금을 국내 법인세에서 빼줘 이중과세를 막는 제도다. 다만 국내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 번 소득에 해당하는 범위까지만 공제한다. 문제는 여러 국가에서 사업하면서 일부 국가에서 적자가 발생한 경우다.

LG화학은 2018년 미국에서 결손금이 발생했다. 회사는 당초 이 결손금을 다른 국가의 소득에도 일정 비율로 나눠 반영해 법인세를 신고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적자는 미국에만 반영하고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서는 빼지 않는 것이 맞다며 약 42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현대건설도 미국·영국·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사업하면서 2015~2017년 법인세를 비슷한 방식으로 신고했다가 이후 특정 국가의 결손금을 다른 국가 소득에서 차감해서는 안 된다며 약 325억원의 환급을 요구했다.

세무당국의 계산법은 달랐다. 한 국가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그 결손금을 국내외 전체 소득에서 각 국가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나눈 뒤 각국 소득에서 차감해야 한다고 봤다.예컨대 A국에서 100억원의 결손이 발생하고 B국과 C국, 국내에서 각각 500억원, 300억원, 200억원의 소득을 냈다면, 결손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의 소득 합계 1000억원을 기준으로 A국의 결손금 100억원을 나눠 반영한다. 이에 따라 B국 소득에서는 50억원, C국에서는 30억원, 국내에서는 20억원을 각각 차감하는 방식이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세무당국의 계산 방식이 맞다고 판단했다.대법원은 해외사업장이 2개국 이상인 국내 법인이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계산할 때 어느 한 국가에서 결손이 발생했다면 해당 결손금을 전체 소득에서 각 국가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나눠 각국 소득에서 차감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특정 국가의 결손금을 다른 해외 국가의 소득에서 빼지 않으면 세액공제 한도가 커져 결과적으로 국내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이는 국내 과세권을 잠식해 외국납부세액 공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국가별 소득이 국내 법인세액 산출에 기여한 정도에 비례해 결손금을 안분해 차감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