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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일종목 ETF 사태의 진짜 경고
문철우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
그러나 껍데기를 벗겨내면 다른 질문이 남는다. 왜 하필 그 두 종목이었나. 현 사태에서 투자자의 쏠림 현상을 단순히 탐욕 때문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 외에 베팅할 성장 서사가 시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55%에 육박했다. 쏠린 시장에 레버리지라는 증폭기가 얹히는 순간 대형 사고는 예정돼 있었다. 파생상품 사고처럼 보이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반도체 편중이라는 산업구조가 주식시장 판을 엎어 버린 결과다.
당장은 연착륙 대책의 차질 없는 집행과, 사태 경위에 대한 차분하고 투명한 검증이 우선이다. 그러나 진정 성찰할 핵심은 두 기업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있는 구조 자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손흥민 같은 선수 한두 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축구팀과 같다. 호황과 불황을 크게 오가는 반도체 하나에 성장을 의탁한 경제가 과연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을까.
“지붕은 해가 비칠 때 고쳐라”반도체 수출이 견조하고 세수가 넉넉한 지금이 우리에게는 산업구조 대전환을 시도할 골든타임이다. 반도체가 벌어들인 결실을 경쟁력 있는 신산업에 재투자해 산업 생태계를 다각화하는 과감한 모험을 택해야 한다. 겨울 호수의 얼음이 잠깐 녹은 그 틈에 그물을 던져야 한다. 해가 기울면 수면은 이내 다시 얼어붙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전환의 시간은 그만큼 짧다.
이번 기회에 정부의 사고방식도 바뀌었으면 한다. 삼가야 할 것은 가격, 거래와 같은 시장질서에 대한 구체적 개입이다. 어떤 상품에 자금이 흘러야 할지 당국이 설계하려는 순간 이번 같은 사고가 난다. 사고가 나면 정부 책임부터 묻는 문화도 당국을 개입으로 밀어넣는 데 한몫한다. 그럼에도 그 유혹을 끊어내는 것이 지금 당국에 요구되는 의지다. 목표를 정해 놓고 달성을 독려하는 방식도 이제는 지양할 때다. 정부가 목표를 세우고 기업과 민간이 그것을 채우는 구조는 추격형 산업화 시대에는 통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추격만 하고 살 것인가. AI와 창의성이 승부를 가르는 경제에서 정답을 미리 아는 주체는 어디에도 없다.
해야 할 일은 민간이 홀로 감당 못 하는 공공재의 과감한 공급, 즉 기초연구·인프라·인력·장기 모험자본이다. 연기금 자산배분에 국내 성장기업 트랙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과 회수시장을 정비해 반도체 다음 주자에게 자본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 시장은 명령이 아니라 신호에 반응한다. 그 신호가 쌓이면 자금의 물길은 정부가 지정하지 않아도 바뀐다. 지금의 신성장 자본은 너무 적고, 제도는 겹겹이 옥죄어 있는데도, 나오는 정책 개선안은 20년, 30년 전 문서와 별로 다르지 않다. 아울러 민간의 다양한 제안을 듣되 이들 속에 얽힌 사익 추구의 덫과 진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가려내는 정교한 옥석 가리기가 당국의 실력이다.
새 산업에 씨를 뿌리는 일은 정치적으로 비인기 상품이다. 임기 내에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데인 투자자가 다시 한국 시장에 돈을 맡길 이유는 한 가지다. 반도체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이 나라가 보여줄 수 있는가. 그 답이 없는 한 다음 하강 사이클은 또 온다. 사고는 그만큼 더 큰 규모로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