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지난 2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웃지 못했다. 고객사인 스페이스X가 앞으로 AMD 경쟁사인 엔비디아 제품만 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머스크 한마디에…AMD, 호실적 내고도 하락
AMD는 4일(현지시간) 2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115억3600만달러(약 16조4000억원)라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년 전 1억3400만달러 적자에서 19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작년 2분기 AMD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인스팅트 MI308’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자 이를 비용 처리했다.

매출 증가의 주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칩이었다. 2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67억18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07% 늘었다. 개인용 PC·게임용 GPU 매출은 6% 증가한 38억4100만달러, 기계장치에 들어가는 임베디드칩 매출은 18% 많아진 9억7700만달러였다.

AMD는 최근 잇달아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AI 모델 기업 앤트로픽에 최신 GPU MI450을 총 2GW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킹 장치를 하나에 통합한 ‘헬리오스’ 랙을 공급하기로 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이 내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실적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AMD 실적 발표 15분 만에 열린 스페이스X 콘퍼런스콜에서 일론 머스크 CEO가 “앞으로 엔비디아 제품만 사용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한 탓이다. 머스크는 올해 말까지 2GW 이상의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엔비디아 첨단 AI 가속기인) 베라루빈이 최고의 아키텍처”라고 치켜세웠다. 작년 5월까지만 해도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인수된) xAI가 엔비디아·AMD 칩을 계속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최근 대형 AI 모델 개발사 계약을 따내며 ‘엔비디아 대항마’로 떠오르던 AMD로서는 타격이 컸다. 이날 AMD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가량 하락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