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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오디세우스의 ‘인간선언’…3천년의 신화, 또 다른 신화로[리뷰]
영화 '오디세이' 리뷰
'인간다움' 찾아가는
늙은 영웅의 참회록
'인간다움' 찾아가는
늙은 영웅의 참회록
5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는 북미 등 앞서 개봉한 지역에서 제기된 몇 가지 ‘원작 왜곡’ 논란을 품은 채 국내 관객과 만났다. 비판은 크게 언어·시각적 고증의 파괴, 할리우드의 고질적인 ‘블랙워싱’ 캐스팅 논란,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아테나의 지혜를 빌리고 포세이돈과 맞서는 영웅과 신의 신화적 상호작용을 들어냈다는 점이다. 그 자리를 대체한 건 놀런 특유의 리얼리즘 연출이다.
늙은 영웅의 참회
회상의 형태로 전개되는 줄거리는 책이나 만화 등으로 한 번쯤 들어봤을 <오디세이아>의 익숙한 틀을 따른다. 다만 놀런은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전쟁을 마치고도 10년이나 지중해 전역을 떠돌게 된 이유를 절묘하게 비틀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키클롭스를 죽이는 등 불경을 저질러 미움을 사고, 여신 칼립소(샤를리즈 테론)에게 억류되는 고초어린 한 영웅의 모험을 아니라 오만과 탐욕에 빠져 인간다움을 상실한 지난날의 과오를 직시하는 한 인간의 참회의 여정으로 바꿨다.오디세우스는 신에게 바치는 선물로 위장한 목마에 숨어 난공불락의 트로이성을 함락시킨다. 이는 상호존중을 전제로 손님과 선물을 환대하는 미덕 ‘크세니아’(환대)로 맺어진 인간 사회의 보편적 신뢰를 깨뜨린 행위다. 오디세우스를 필두로 그리스인들은 속임수가 만연해지고 적으로 규정한 대상과 공존할 수 없는 ‘제로섬’ 사회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신의 뜻’이라는 편리한 명분을 앞세워 참회 없이 영광만 챙겨 돌아갔다가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아가멤논과 끝내 과오를 기억해낸 끝에 가족의 품에 돌아간 오디세우스의 모습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든다.
믿고보는 스케일
‘오디세이’는 긴 러닝타임의 스토리텔링 만큼이나 장엄한 영상미가 압도적이다. 장편 영화 최초로 모든 장면을 아이맥스 70㎜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배우들이 바다에 나가 범선의 노를 저으며 항해하는 등 놀런 특유의 리얼리티와 제작진의 피땀 어린 노력이 화면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오디세이’는 지난달 17일 북미에서 개봉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전세계 9억 달러가 넘는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두며 흥행몰이 중이다. 다만 국내 흥행대박을 낙관하기엔 다소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큰 흥행 수입을 거둘 만큼 놀런의 팬덤이 탄탄한 시장이지만,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과 건조한 연출, 다소 난해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는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오디세이> ★★★★☆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