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실이 첨단 기술과 연구 데이터의 해외 유출 통로가 되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 학위 취득이나 공동 연구를 위해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이 귀국길에 연구 데이터를 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기업이 대학을 거점으로 핵심 기술을 빼돌리다가 적발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대학 연구실은 기초 연구를 넘어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2차전지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산업화 전 단계의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원천기술 특허와 실증 데이터, 미공개 논문 등 연구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해외 세력의 표적이 될 위험이 크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에 비해 대학 연구실의 보안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자율성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특성 때문에 데이터 접근 제어가 미흡하고, 공동 연구를 위해 소스코드, 연구자료를 클라우드로 공유하는 경우도 흔하다. 허술한 보안 체계와 낮은 보안 의식이 기술안보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공학계열 외국인 석·박사 과정생은 7258명으로 2021년(6149명)보다 18% 증가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학 연구보안 체계와 외국인 연구자 검증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연구비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데 비해 한국은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해 문호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 첨단 산업의 기술 주도권 상실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대학 연구실의 보안 문제를 개별 대학의 노력이나 연구자 양심에만 맡겨둘 단계는 지났다. 정부는 주요 기술을 다루는 대학 연구실에 대해 표준화된 보안 관리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연구 데이터 관리 및 보관·반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국가 첨단기술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외국인 인력은 사전 검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연구자 개개인의 보안의식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보안 교육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