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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이 쏘아올린 엔화 가치 급등…엔 캐리 청산 시한폭탄 터지나
엔화 구출작전…달러당 155엔
美, 사흘째 시장 직접 개입
美, 사흘째 시장 직접 개입
지난달 31일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하며 시장에 개입한 미국과 일본은 강력한 구두 개입을 이어갔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과의) 우정의 신호”라며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 역시 3일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한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이 같은 대응의 배경에는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를 막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일본 정부는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 자산을 팔고 엔화를 매입한다. 일본의 외화보유액 상당 규모는 미국 국채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등 미국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일 오전 6시 종가 1435.5원보다 5.7원 내린 1429.8원(오후 3시30분 기준)을 기록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엔화 강세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원·달러 환율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 지속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로빈 브룩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압력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정부 부채”라며 “환율 개입 효과는 일시적”이라고 분석했다.
공식 개입에 달러당 155엔…쇼트 물량 계약, 1년새 5배 급증
2024년 블랙먼데이 직전의 2배…고평가 美 기술주 급락 우려
◇엔화 쇼트 사상 최대치
시장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조나스 골터만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엔화 매도 포지션이 상당히 과도하게 쌓여 있다”며 “2024년 여름과 비슷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와 주식, 신흥국 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투자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지만 엔화 가치가 오르면 빌린 엔화를 갚는 비용이 늘어난다. 빌린 엔화를 상환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엔화 선물 약세 베팅 물량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지난달 28일 기준 17만8742계약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1년 전 동기 대비 다섯 배 이상 급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장 급락을 부른 2024년 7월 30일 엔화 쇼트 물량(9만8058계약)과 비교해 두 배가량 많다.
3일 아시아에서는 한국 증시가 하락했지만 중국과 대만이 보합세를 나타내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에도 엔화 가치가 급등한 뒤 5거래일가량 지난 8월 5일 닛케이225지수가 12.4% 급락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엔화 매수에 나선 1998년에도 엔화 가치가 두 달 사이 달러당 30엔 넘게 뛰며 시장 급락을 촉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대형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국제 금융시장도 큰 혼란을 겪었다.
◇무역적자 축소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
문제는 엔 캐리 자금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당 부분 고평가된 미국 기술주에 투자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제임스 스탠리 포렉스닷컴 수석시장분석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나스닥100지수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관세와 환율을 함께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미국 정부는 무역 불균형이 커질 때 교역 상대국에 통화가치 절상을 요구해왔다.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공동 시장 개입과 통화정책 압박을 통해 엔저를 완화하려는 모습이다.
문제는 엔화 가치 상승 속도다. 완만하게 오르면 일본의 대미 수출 경쟁력을 낮추고 미국의 수입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엔화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해 미국 국채와 증시를 흔들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엔화의 급격한 강세가 아니라 달러당 160엔을 넘나드는 무질서한 약세를 막는 ‘통제된 절상’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엔화 강세 현상이 장기화하면 자동차, 철강 등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업체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800원대까지 하락한 원·엔 환율이 910원대로 회복했다는 건 원화도 엔화 못지않게 달러 대비 강한 흐름을 보이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한국 수출 업체에 유의미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엔화 강세의 강도와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심성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