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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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내내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이렇게까지 잘될 수 있었던 건 시청자분들의 사랑도 있지만, 현장의 모든 스태프와 배우분들이 '이 작품만은 잘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상반기 안방극장을 뒤흔든 화제작,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에서 납치된 딸 김민지 역을 맡아 극의 서사를 온몸으로 이끈 신예 서수민의 종영 소감이다. '김부장'은 평범한 가장이었던 김부장(소지섭 분)이 딸을 되찾기 위해 과거의 무자비한 능력을 발휘하며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첫 회 9.5%로 시작해 최종회 23.0%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SBS 금토드라마 시청률 2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3주 연속 1위로 글로벌 흥행까지 거뒀다.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선호도 비율 18.9%로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합친 전 장르를 통틀어 역대 최고 선호도를 기록했다.

'김부장'의 중심에는 납치된 딸 김민지 역의 서수민이 있다. 필모그래피도 없는 신인이 극 전체의 핵심 동력인 역할을 맡았다.

오지우라는 본명 대신, 학창 시절 친구가 지어준 부캐 이름인 '서수민'을 예명으로 선택한 그는 데뷔도 전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30만명을 돌파한 MZ들의 스타였다. 그가 친구들과 함께 찍어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짧은 영상 '안경 벗고 카메라랑 친해지기'는 2일 기준 조회수 402만회를 기록할 정도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약 67만명이다.

거액의 광고료와 계약금을 제시하는 인플루언서 에이전시의 제안도 있었지만, 서수민은 배우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숱한 오디션 도전 끝에 '김부장'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한 번에 붙은 건 아니었어요. 여러 번 오디션을 봤고, 감독님께서 '첫눈에 반했다'고 하셨지만 필모그래피가 전혀 없는 신인이라 걱정을 많이 하셨대요. 그러다 제가 소속사에 들어가서 연기를 배우며 찍은 영상을 보시고는 확신을 가지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탈락한 줄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과 미팅 자리에서 합격 소식을 듣고는 너무 놀라서 현실감이 없었어요."

서수민은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김부장'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생인 서수민은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복을 입고 오디션장에 갔던 그의 모습 자체가 김민지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첫 촬영장은 신인 배우에겐 낯선 환경이었다. 얼어 있던 서수민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던 건 극 중 아빠 김부장 역을 맡은 소지섭이었다.

"많은 스태프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막막했어요. 첫 촬영 때부터 소지섭 선배님과 합을 맞추는 건 아니었는데, 선배님이 먼저 다가오셔서 '딸,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시며 딸기맛 사탕을 주셨어요. 간식으로 챙겨 다니던 걸 주신 게 아니라 저를 위해 따로 준비해 주신 거였어요. 예쁜 틴케이스에 들은 사탕인데, 아직도 아까워서 못 먹고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극 중 민지는 학교 폭력을 당하고 납치까지 당하는 혹독한 시련을 겪는 인물이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겪기 힘든 일이다 보니, 맞고 감금당하는 상황을 연기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몸이 힘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감정 연기가 제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서 힘들었죠. 선배님들은 감정의 '온오프'가 빠르신데, 저는 그게 잘 안 돼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도, 끌어올린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다 어렵더라고요."

특히 7회에서 아버지와 밥을 먹으며 눈물을 쏟는 감정 신은 서수민에게 잊을 수 없는 성장의 순간이었다.

"감정을 한번 터뜨리고 나서 다시 차분한 첫 감정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빠(소지섭 분) 얼굴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나는 거예요. 결국 방에 들어가서 눈물을 멈추고 다시 촬영해야 했죠. 그때 모든 스태프분들이 제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쥐죽은 듯 기다려 주셨어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죄송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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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과의 부녀 호흡에 연기자의 길을 반대했던 어머니도 좋아했다고. 아버지는 "아빠가 좋아? 그 아빠가 좋아"라고 장난기 섞인 질문을 던지면서 그를 응원했다는 후문이다.

차분한 말투지만 눈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던 서수민은 "피분장을 한 채로 집에 그냥 들어가기도 했다"고. 부모님에게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서 놀라게 할 요량이었다. 실제로 그의 부모님은 깜짝 놀랐고, 두세 번 더 반복했더니 나중에는 믿지 않았다.

딸이 고생하며 촬영하는 모습에 어머니는 "안 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아버지는 기사와 사진을 챙겨 보내줬다고. 현실의 끈끈한 부녀 관계는 김민지를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서수민은 "아빠와는 사소한 것으로도 잘 다툰다"며 "그런 부분이 민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고, 아빠도 '연기가 아니라 그냥 너 아니냐'고 놀리신다"면서 웃었다. 김부장에게 새 휴대전화를 사달라며 조르다가, 화를 내며 밥과 반찬만 챙겨 방에 들어가는 장면도 그가 실제로 겪었던 상황을 애드리브로 제안한 것이라고.

롤모델로 배우 김고은을 꼽은 서수민은 작품마다 다채로운 매력으로 진심을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현재는 16대1의 경쟁률을 뚫고 평소 좋아하던 타코야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와 일상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서수민은 "배우 경력은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저만을 내세워 면접에서 합격했다"면서 싱그러운 미소를 보였다.

드라마가 화제인 지금도 알바 자리에서는 아무도 못 알아본다. 평소에 꾸미고 다니지 않아서다. 그가 타코야끼를 만들고 있을 때 그 앞에서 '김부장' 얘기를 하던 손님들도 있었다고.

그렇지만 서수민이 현재 가장 갈망하는 일은 역시 연기였다.

"인플루언서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제 길은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돌 소속사에서도 오디션 제안을 받았는데, 연기를 하고 싶어 연기자 매니지먼트사와 미팅을 했고요. 좋은 영화를 보고 났을 때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저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거든요. '김부장'이라는 큰 산을 넘었으니, 앞으로는 어떤 장르든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보여드리는 진짜 배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