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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비극' 이젠 안돼"…세계에 도전장 내민 韓 1호 핵융합 스타트업 [허진의 테크토닉]
리듬감 있게 읽히는 쉬운 테크④
공공 중심의 한국 핵융합 생태계 속
韓 1호 스타트업 대표의 승부수는?
공공 중심의 한국 핵융합 생태계 속
韓 1호 스타트업 대표의 승부수는?
그간 핵융합 발전 분야에서 한국은 ‘괜찮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미국·중국이 압도적 기술력을 갖고 있고요, 그 뒤를 독일, 일본, 영국 등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도 2007년 KSTAR라는 한국형 핵융합 장치를 만들었고, 올해 인공지능(AI)을 과학기술에 접목해 연구 생산성을 높인다는 ‘K-문샷’의 한 갈래로 핵융합 기술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특히 약한 지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민간 핵융합 생태계를 키우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변변한 핵융합 스타트업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2023년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인에이블퓨전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사실 핵융합 산업의 핵심 미션인 핵융합로를 설계하는 기업은 아닙니다. 핵융합 장치를 개발하려는 기업들과 국내 제조 인프라를 연결해주는, 반도체로 치면 일종의 파운드리나 디자인하우스에 가까운 회사죠.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핵융합로 설계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최초 핵융합 스타트업 ‘이터나퓨전’이라는 회사가 등장했습니다. 오늘은 이터나퓨전을 창업한 김태경 대표를 만나고 왔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국가 중심의 연구개발 과제는 기초과학 분야 인재 양성과 기반 기술 개발에는 효과적이지만 외국의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고 유연하게 기술을 상용화하는데는 어려움 있었다”며 “정부와 공공의 연구개발 사이클에 의존할 게 아니라 우리가 글로벌 핵융합 사이클을 직접 주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민간 기업들은 상용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혁신적인 설계와 공법을 공격적으로 차용하는데 반해, 한국은 고정된 목표 아래 정직하고 안정적인 방법만 추구한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현재 시스템에선 한국의 핵융합 산업이 잘 돼야 ‘스마트폰 산업’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우리는 스마트폰 제조에 있어 엄청난 노하우가 있지만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아니어서 판매액의 상당 부분을 퀄컴 같은 기업에 로열티로 지급하지 않느냐”며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로는 한계가 있다. 석유보다 더 오래 핵심 에너지원이 될 핵융합에서는 우리는 반드시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터나퓨전이 고안한 기술은 ‘토카막 인젝션’입니다. 사실 핵융합 약점 중 하나는 연속 운전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경제성이나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한계는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플라즈마의 특성에서 옵니다. 플라즈마의 내재적 특성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류가 멈추는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토카막 인젝션은 작은 플라즈마를 만들어 외부에서 전류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전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연속적인 핵융합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이터나퓨전의 목표는 2037~2038년 상용 핵융합 발전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첫 단계로 올해 안까지 작은 플라즈마를 활용해 본(本) 플라즈마를 연속 운전할 수 있는 지 실증할 계획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이미 전력 구매 계약까지 체결한 미국의 대표 핵융합 스타트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CFS)이 2030년대 초중반 상용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니, 세계 선두권과도 큰 격차는 아닙니다.
김 대표는 CFS, 헬리온에너지 등이 글로벌 핵융합 스타트업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CFS가 훌륭한 연구원들과 막대한 자본을 업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들 역시 연속 운전, 소형화에서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며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 원천 기술이 잘 실증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게다가 한국은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에 유리한 우수한 제조업 기반도 있다”며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방법은 없다. 그들이 하는 방식을 정부 주도로 뒤따라가기만 한다면 잘해야 패스트팔로워가 될 수밖에 없기에 이는 불가피한 도전”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