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 도산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원가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중소 제조업체와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업 도산 2030건 '역대 최대'
30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전국 14개 법원의 올해 상반기(1~6월) 법인회생 접수는 731건, 법인파산은 129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법인회생은 13.9%, 법인파산은 17.7% 늘었다. 특히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연간 신청 건수(1069건)를 넘어섰다.

기업 도산 전문 변호사들은 회생·파산 상담을 의뢰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원자재 가격과 국제 유가가 치솟은 데다 고물가·고환율이 겹치며 기업 수익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고금리로 차입금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금난이 빠르게 심화하는 움직임이다.

현장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중소 제조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 화성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완성차 판매 부진과 원가 상승이 겹쳤지만 거래처와의 계약상 납품가격을 올리지 못해 지난해 9월 파산 선고를 받고 현재는 자산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 B사도 공장 증설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해 공장 설비와 재고를 담보로 대출받은 상태로, 금리 상승으로 영업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원가는 계속 오르는데 이를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제품을 제조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투자 유치나 기업 매각도 쉽지 않아 도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삼부토건, 안강건설, 삼정기업 등 중견 건설회사들이 잇따라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았다. 공사 물량 감소와 경쟁 심화, 원자재 가격 상승, 미분양 여파가 겹친 결과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