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사진=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사진=신용현 기자
"유럽 성에 들어온 것 같아."

체크인 카운터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과 차량이 끊임없이 오갔다. 웰컴센터를 지나 차로 3분가량 더 들어가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휴가철 성수기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사람들 대신 산바람이 먼저 반긴다. 올 여름 휴가에서 가장 귀한 것이 '한적함'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사진=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사진=신용현 기자
지난 19일 찾은 강원 홍천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서울에서 차로 약 1시간20분 거리인 이곳은 비발디파크 중심 시설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간 능선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객실은 능선을 따라 띄엄띄엄 배치돼 있어 리조트라기보다 마치 유럽의 성이 연상됐다.

소노펠리체 빌리지는 A동부터 O동까지 모두 15개 동이 능선을 따라 흩어져 있다. 2014년 100실 규모로 문을 연 뒤 2016년 122실을 추가해 지금의 규모를 갖췄다.

객실은 대부분 40~60평대의 대형 평형이다. 기준 인원은 7명, 최대 1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은 인원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아이를 동반한 3대 가족이나 두 가구 이상이 함께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게 리조트 측 설명이다. 예약은 방문 1~2주 전에 몰리고 주말과 연휴, 여름 성수기에는 대부분 만실에 가까운 투숙률을 기록하고 있다.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객실. 영상=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객실. 영상=신용현 기자
객실에 들어서자 공간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넓은 거실과 2개의 침실, 1개의 온돌방이 분리돼 있었고, 방마다 욕실이 마련돼 여러 가족이 함께 머물기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창밖으로는 골프장과 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객실 구조였다. 한 층에 객실이 네 개뿐이라 복도에서 다른 투숙객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이 겹쳤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긴 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순히 객실을 넓게 만든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고려한 공간 설계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가왔다.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인피니티풀, 사진=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인피니티풀, 사진=신용현 기자
실제 이용객들도 휴가를 보내는 방식이 달랐다. 여러 시설을 바쁘게 오가기보다 객실과 수영장, 산책로를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부모들은 테라스에서 쉬거나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무엇을 더 할까보다 '얼마나 편하게 쉴까'에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인피니티풀. 영상=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인피니티풀. 영상=신용현 기자
인피니티풀에 들어서자 조금 전 짐을 풀었던 객실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앞서 성처럼 느껴졌던 모습이 또 한 번 펼쳐졌다. 골프장과 산 능선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해발 500m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골프장과 산세가 물 위로 이어졌고, 오후가 되자 튜브를 든 아이들과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영유아 전용 풀과 온수풀도 마련돼 있었지만 이용객들은 시설을 옮겨 다니기보다 한 공간에 오래 머무르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인피니티풀 옆에 위치한 ‘라 마티나’ 풀사이드 바비큐. 영상=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 인피니티풀 옆에 위치한 ‘라 마티나’ 풀사이드 바비큐. 영상=신용현 기자
다만 이 공간은 온전히 빌리지 투숙객만을 위한 곳은 아니었다. 리조트 측에 따르면 인피니티풀 이용객의 약 60%가 빌리지 투숙객이고 나머지 40%는 단지 내 다른 숙소 투숙객이나 워크인 고객이다.
소노펠리체 승마클럽. 사진=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승마클럽. 사진=신용현 기자
다음 날 찾은 승마클럽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체험에 참여한 네 살 아이는 말을 보자 처음에는 뒤로 물러섰다. 강사는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먹이를 건네게 하고 말의 목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거리를 좁히도록 했다.
소노펠리체 승마클럽. 영상=신용현 기자
소노펠리체 승마클럽. 영상=신용현 기자
"거부하는데 억지로 태우면 아이도 말도 다칠 수 있습니다." 몇 분 동안 말 옆을 함께 걸으며 긴장을 풀어준 뒤 아이가 스스로 "타볼래"라고 말하자 그제야 안장에 올랐다. 체험은 약 45분간 이어졌다. 프로그램 자체보다 아이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운영 방식이 더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 같은 한적한 여행은 최근 휴가 소비 흐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리서치 기업 PMI가 지난 6월 전국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여행지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단수 응답)으로 '휴식·힐링이 가능한 환경'(28.7%)이 꼽혔다. 원하는 휴가 형태 역시 '완전한 휴식·힐링'이라는 응답이 54.1%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이색 체험이나 볼거리를 우선한다는 응답은 7%대에 그쳤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북적이는 관광지를 찾아 이동하기보다 한 공간에 오래 머무르며 쉬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된 셈이다.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에도 복도는 끝내 조용했다. 객실 문이 하나둘 닫히고 능선 사이로 바람 소리만 스쳤다. 휴가가 유명하고 사람이 붐비는 곳을 찾아가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온전히 쉬는 시간이 새로운 가치가 되고 있었다. 소노펠리체 빌리지 비발디파크는 그 변화가 실제 여행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홍천(강원)=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