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올 2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가전·스마트폰 등 완제품 사업은 적자를 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사업에는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줬지만, 이를 부품으로 쓰는 세트 사업엔 원가 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부품비 상승,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삼성전자는 AI·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방어에 힘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다만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프리미엄·AI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부품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를 포함한 MX·NW사업 매출은 33조2000억원(MX 3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하면서도 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갤럭시S26 시리즈의 견조한 플래그십 수요와 갤럭시A 시리즈 판매 호조가 외형 성장을 이끌었지만 업계 전반에 걸친 비용 부담 확대를 피하지 못했다.

TV·생활가전을 포함한 VD·DA사업은 매출 14조5000억원, 영업손실 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상디스플레이는 대형 스포츠 행사 수요를 선점해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지만 원가 상승으로 직전 분기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 생활가전도 에어컨 성수기 효과로 매출은 늘었지만 비용 부담 탓에 이익이 줄었다.

에픽AI는 이달 공개된 여러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한 결과 "삼성전자의 가전·스마트폰을 포함한 완제품(DX) 사업 부문은 반도체 부문의 초호황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부품을 조달해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세트 사업부의 원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며 "이를 소비자 판가에 전가하려는 시도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의 가격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 다수 증권사 리포트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됐다"고 했다.

완제품 부문은 올 하반기에도 빠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메모리·부품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TV와 가전의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는 데다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다만 반도체 이익 비중이 확대되면서 가전 사업 부진이 전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작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에픽AI는 "완제품 부문의 부진이 삼성전자 전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는 점차 제한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시각도 함께 존재한다"면서도 "이는 완제품 사업 자체의 펀더멘털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부문의 상대적 비중 확대에 따른 희석 효과에 가깝다는 점에서 완제품 사업의 근본적인 수익성 문제는 별도로 관찰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도 출하량 확대만으로 이익을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 고가 메모리와 주요 부품의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 어려워서다. 에픽AI는 "메모리 등 부품 원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를 소비자 판가에 전가하려 해도 시장의 저항에 부딪히는 구조적 딜레마가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DX부문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병행한다. MX 사업은 개인화·능동형 AI 경험을 앞세우고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 갤럭시S26 시리즈 등 플래그십 판매 비중을 높여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 판매·운영·자원 효율화로 비용 경쟁력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거시 경제 불확실성과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연간 출하량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프리미엄 수요는 AI 기능 확산과 폼팩터 혁신에 힘입어 견고하게 유지되며 연간 전체 매출 규모와 평균판매가격(ASP)은 상승할 전망"이라며 "플래그십 중심 확판 전략으로 점유율 성장을 추진하고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폼팩터 경험을 연내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출시를 통해 제안하겠다"고 설명했다.

영상디스플레이는 '비전 AI'와 TV 플러스 광고·서비스 사업을 확대한다. 생활가전은 AI 혁신제품·고수익 사업 중심의 채널 다변화로 수익성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TV 시장은 대형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어 전년 대비 전반적인 수요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직전 분기 대비로는 감소했는데 수요를 선제 공략하고 신규 카테고리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전년 대비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개선했다"며 "하반기 TV 시장은 전반적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데 주요 거래선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연말 성수기 수요를 선점하고 AI TV 대중화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