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척에 불량 0건…산업용 접착제 강자 유니테크 "우주항공 도전"
“산업용 접착제는 흔히 생각하는 ‘본드’가 아닙니다. 저는 접착제를 ‘산업의 바이오’라고 부릅니다. 사람에게 신약이 필요하듯 자동차도, 선박도, 배터리도, 우주선도 접착제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성호 유니테크 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접착제를 단순한 화학소재가 아니라 미래 제조업의 핵심 기반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자동차 차체용 접착제로 출발한 유니테크는 현재 LNG 운반선용 극저온 접착제와 전기차 배터리용 방열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LNG 운반선용 접착제는 전 세계 시장의 90%를 넘을 정도로 시장을 일찌감치 선점했다. 최근엔 수소 운반선과 우주항공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가장 큰 경쟁력으로 40년 넘게 축적한 기술력을 꼽았다.

“같은 원료를 쓴다고 같은 제품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론만으로도 안 되고 경험만으로도 안 됩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이론과 현장 경험이 합쳐져야 안정성, 접착력, 내구성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이 나옵니다.”
500척에 불량 0건…산업용 접착제 강자 유니테크 "우주항공 도전"
유니테크는 현대차 등 국내 생산되는 자동차 차체용 접착제를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회사의 시작 자체가 자동차용 접착제였기 때문에 외국산에 의존하던 이 접착제를 국산화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이 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회사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철판을 용접해서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복합소재를 함께 씁니다. 서로 다른 소재는 용접이 안 됩니다. 결국 연결할 수 있는 건 접착제뿐입니다. 미래 자동차일수록 접착제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니테크의 기술력이 가장 빛나는 분야는 LNG 운반선이다. 회사는 2002년 극저온 접착제 개발에 착수해 약 10년 동안 해외 인증과 조선소 테스트를 거쳐 상용화에 성공했다.

“배 한 척 가격이 3000억원인데 검증 안 된 접착제를 누가 쓰겠습니까. 조선 시장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한 번 테스트하는 데만 1년이 걸리고 비용도 수 억원이 듭니다. 그 과정을 통과해야만 공급할 수 있습니다.”

LNG 운반선 한 척당 약 200t이 넘는 접착제가 사용된다. 화물창 내부에서 단열재와 금속, 유리섬유 등을 붙이고 거대한 하중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영하 163도의 액화천연가스와 상온을 수십 년간 반복하면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 회장은 “벽돌집에서 시멘트가 핵심인 것처럼 LNG선에서는 접착제가 핵심”이라며 “40년 동안 바다를 다니면서 파도와 염분, 극저온을 모두 견뎌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니테크는 지난 10여 년간 500척이 넘는 LNG선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품질 불량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500척에 불량 0건…산업용 접착제 강자 유니테크 "우주항공 도전"
“자동차도 그렇고 조선도 그렇고 품질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불량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현재 회사 매출은 선박용 접착제가 약 60%, 자동차가 30%, 배터리와 ESS가 10%를 차지한다. 미국과 슬로바키아, 중국 등에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법인은 7곳이다.

유럽 완성차 시장 공략도 계속하고 있다. 올해 미국 내 유럽 브랜드 완성차 공장에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내 공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유럽 업체들은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몇 달 쓰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그래도 싸우지 않고 계속 찾아갔다. 그 시간이 쌓여 지금 다시 유럽 완성차와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수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 등이 공동으로 선정한 올해 2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500척에 불량 0건…산업용 접착제 강자 유니테크 "우주항공 도전"
최근에는 배터리 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니테크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고 화재 확산을 늦추는 방열·난연 접착제를 개발해 국내 배터리 3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보다 앞으로는 ESS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AI와 로봇 시대가 오면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4~5년 뒤에는 배터리와 ESS 사업 비중이 선박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극저온 기술은 수소 운반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수소 운반선용 소재는 이미 개발을 끝냈습니다. 국내 대기업과 함께 테스트도 끝냈고, 극저온 시험 장비도 자체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LNG 다음 시장은 수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유니테크는 우주항공과 방산 분야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울 계획이다.

“우주항공은 매출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로켓 연료탱크와 탄소복합재를 붙이는 데도 접착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돈이 안 된다고 안 하면 미래 기술은 생기지 않습니다. 저희는 돈이 되는 연구보다 미래 산업에 꼭 필요한 연구를 더 많이 합니다.”

이 회장은 실제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500척에 불량 0건…산업용 접착제 강자 유니테크 "우주항공 도전"
“연구개발을 안 하면 영업이익률이 30%는 넘을 겁니다. 하지만 연구를 멈추는 순간 미래도 없습니다. 연구소에는 시험장비가 300대 가까이 있습니다. 지금 안 쓰는 장비만 100억원이 넘습니다. 남들이 보면 미친 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미래에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유니테크의 목표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많이 파는 회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자동차, 선박, 배터리, 우주항공까지 미래 운송산업이 필요로 하는 접착제를 가장 먼저 개발하는 회사가 목표입니다.”

이어 그는 “접착제는 국경이 없는 산업”이라며 “한국 시장만 보고 연구해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 앞으로도 세계 최고 소재기업들과 경쟁하며 글로벌 1위 접착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안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