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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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데이트 상대를 데이터 분석으로 평가하는 이른바 ‘러브 해킹’ 문화가 퍼지고 있다. 데이팅 앱으로 늘어나는 선택지에 판단 피로감이 커지자 데이터를 활용해 연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20~30대 싱글들은 데이트 후 상대의 성격, 가치관, 직업, 대화 내용, 감정 변화 등을 스프레드시트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해 분석하고 있다. 데이트 상대와의 궁합을 점수화하거나 친구들의 평가를 함께 입력해 관계를 이어갈지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연애는 확산하고 있다. 페이튼 나이트 브랜드 전략가는 친구들의 평가를 기록하는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서 판매했고 1만 명 이상이 9.99달러를 내고 구매했다. 마케팅 전문가 다비 멀리건은 1년간의 데이트 기록을 차트와 그래프로 정리한 ‘데이트 랩드’를 제작하고 연례 파티를 열어 연애 통계를 공유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래픽=월스트리트저널(WSJ)
그래픽=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의 27세 캐럴라인 트래비스는 친구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상대방 정보를 입력해 분석한 결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자 관계를 정리했다. 이후 모든 데이트 기록을 관리하는 앱 ‘스프레드’를 사용 중이다. 그는 “친구들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실제 행동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데이트 기록을 데이터화하면 ‘네 번째 데이트부터 호감을 느낀다’거나 ‘엔지니어와 잘 맞는다’ 등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데이팅 앱이 제공하지 못하는 실제 만남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카일러 왕 맥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건강관리나 소비 습관처럼 자신의 삶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자아 데이터화’ 문화가 연애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데이터는 매우 혼란스러운 데이트 과정에 질서를 부여하고 시스템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지나친 데이터 의존이 감정과 직관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전문가는 “엄격한 기준과 수치화는 오히려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는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