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제 사건 470만건 쌓였다…경찰 수사 '경고등' [이정우의 중대사안]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관리 중인 미제 사건이 지난해 470만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미제 사건은 매년 20만건 넘게 늘고 있지만 수사 인력은 줄고 사건 부담은 커지면서 장기 미제를 다시 수사할 여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수사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주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건 적체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경닷컴이 29일 국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등록기간별 관리미제 누적 사건은 총 470만5768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3년 미만 66만7425건, 3년 이상 37만7892건, 5년 이상 69만8892건, 10년 이상 116만3799건, 15년 이상 121만4138건, 20년 이상 58만3622건이다.
경찰청이 송석준의원실에 제출한 '등록기간별 관리미제등록 사건 수'. /그래프=이정우 기자
경찰청이 송석준의원실에 제출한 '등록기간별 관리미제등록 사건 수'. /그래프=이정우 기자
관리미제 사건은 경찰이 폐쇄회로(CC)TV 분석과 탐문, 통신수사, 계좌추적 등 필요한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추가 단서도 확보하지 못한 사건이다. 현재 관리미제로 분류된 사건 가운데에는 2016년 전북 완도군의 한 주택에서 피해자가 머리에 상처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된 살인 사건과 2022년 부산 시약산 등산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등이 있다.

관리미제 사건은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새롭게 관리미제로 등록된 사건만 106만795건에 이른다. 연도별로는 2021년 16만7449건에서 2022년 21만4882건으로 급증했고, 2023년 22만914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22만8794건, 지난해 22만525건으로 최근 4년간 매년 20만 건을 웃돌았다.
경찰청이 송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표 /사진=이정우 기자
경찰청이 송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표 /사진=이정우 기자
이처럼 관리미제 사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수사 인력은 줄고 수사관 1인당 사건 부담은 커져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경찰서 실수사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는 2020년 평균 108.4건에서 지난해 평균 133.8건으로 최근 5년간 약 23%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평균 100.8건까지 줄었던 실수사관당 접수 건수는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 2024년 127.7건, 지난해 133.8건까지 치솟았다.

수사부서 인력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수사부서에서 퇴직한 경찰공무원은 1765명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1년 265명, 2022년 338명, 2023년 304명, 2024년 373명, 지난해 410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5월까지도 75명이 퇴직했다. 아울러 수사 전문 자격인 '수사경과'를 자진 반납하거나 해제된 인원도 2023년 968명에서 2024년 1181명, 지난해 1201명으로 2년 연속 늘어났다.

다만 경찰청은 관리미제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관리미제 사건은 모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등록해 관리하고 있으며, 시·도경찰청이 소속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관리미제 사건 등록 및 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내부 훈령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중요 미제살인사건 전담수사팀과 악성사기 추적팀 등 전담팀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관리미제 사건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수사 과오가 확인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수사경찰 인사운영규칙 제15조는 수사경과 임의해제 사유로 '공정한 수사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곤란한 경우', '수사업무 능력·의욕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리미제 사건 점검 결과 수사 과오가 중하거나 장기 방치 사례가 확인되면 수사경과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중대사안'은 사법(司)·안보(安) 이슈를 짚습니다. 검찰청 폐지·국군사관학교 통합 같은 굵직한 변화부터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야기까지, 이정우 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기록하겠습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