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스타그램 @koreancutlet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koreancutlet 갈무리
지도가 '핫'해졌다. 단순히 길이나 매장 위치를 안내하는 도구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재미, 특유의 '로컬 힙'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매체로 재조명받으면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특색 있는 지도가 화제를 모으는 게 대표적이다. 일례로 대구의 돈가스 전문점 '컽렡'이 제작한 '한국식 돈가스 지도'는 전국의 한국식 돈가스 점포만 정밀하게 기록해 만들어 카츠 전문 크리에이터 '카츠헌터'가 위탁 판매를 맡고 있는데, 준비 물량이 모두 팔려 나갔다. 현재 예약 판매 진행 중일 정도로 인기다.

이처럼 지도 형태 콘텐츠가 대중의 호응을 얻게 된 배경에는 '상업성 광고나 협찬이 없는 진짜 정보'를 찾으려는 소비자 니즈가 있다. 포털이나 민간 플랫폼의 홍보성 맛집 정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가 현장을 발로 뛰는 '진짜 정보'가 들어간 검증된 지도로 눈을 돌린 것이다.

현장의 '진짜 정보'에 열광

사진=2026 택슐랭 가이드 갈무리
사진=2026 택슐랭 가이드 갈무리
이 같은 흐름의 시작점은 지역 사정에 가장 밝은 현장 전문가들이 발품을 팔아 만든 공공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부산 축제조직위원회가 2024년부터 펴내고 있는 '택슐랭 가이드'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도로 사정과 동네 식당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 택시 기사 362명이 추천한 식당 중 상위 35곳을 엄선, 광고 없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맛을 검증해 큰 인기를 얻었다.

부산지방우정청이 만드는 '우슐랭 가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정을 잘 아는 집배원과 우체국 직원 4500여명이 5개월간 공을 들여 제작한다. 신빙성을 유지하기 위해 폐업했거나 맛·위생 기준에 못 미치는 곳은 매년 제외하는 등 엄격히 관리한다.

특히 이들 지도는 최근 외신이 지적한 국내 외식 환경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실질적 안내서 역할도 하고 있다. CNN트래블 등 외신을 통해 "서울에서 하루 두 번 혼밥을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외국인 관광객과 1인 가구의 '혼밥 공포' 문제가 부각된 게 컸다. 현장 기사와 집배원이 추천하는 식당은 푸짐한 양과 1인 손님 환대 문화가 기본으로 정착돼 있어 이런 불편을 겪지 않는 '검증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

사진=우슐랭 가이드 갈무리
사진=우슐랭 가이드 갈무리
이처럼 지도가 '발품 팔아 검증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는 인식을 얻게 되면서, 기업들 역시 지도를 브랜딩과 홍보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는 미식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와 손잡고 코카콜라 음료와 조화를 이루는 전국의 맛집 1500여 곳을 엄선해 '레드리본 전국의 맛집 지도'를 선보였다. 네이버 지도 및 카카오 맵과 연동되는 디지털 지도를 매개로, 소비자들이 맛있는 음식과 코카콜라의 이상적인 페어링을 직접 체감하며 해당 식당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롯데웰푸드 역시 자영업자 자녀들이 SNS에서 부모님 가게 위치와 정보를 모아 만들며 화제를 모은 '효녀 맛집 지도'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상생 마케팅을 전개했다. 네이버 지도 플레이스 등과 연계해 지도를 구축하는 한편, 지도 속 전국 맛집의 대표 메뉴를 실제 편의점 간편식 제품으로 개발·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지도는 발품 팔아 검증된 정보를 확인하는 신뢰도 높은 매체로 안착했다"며 "자사가 엄선한 맛집과 브랜드 이야기를 지도 형태로 가공해 실제 매장 방문이나 제품 구매로 연결하는 지도 마케팅은 당분간 식음료 전반에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