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아픈 손가락이다. 2002년 진출한 이후 2016년 현지 점유율을 8%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2024년엔 점유율이 0.6%로 주저앉았다. 한때 현지 공장은 여덟 곳에 달했지만, 네 곳으로 줄여야 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철수설은 수시로 되풀이됐다.

이랬던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공장이 다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중국 내수용 차량을 제조하던 과거와 달리 수출 전진기지로 역할이 바뀌었다. 중국은 현대차·기아의 해외 공장 가운데 수출량 3위에 올랐다. 유럽 전진 기지인 체코 공장(2위)을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만들어 중국에 판다’(인 차이나, 포 차이나)는 기존 전략을 ‘중국에서 만들어 세계로 내보낸다’(인 차이나, 포 글로벌)로 바꾼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중국 공장의 올해 상반기 수출량은 12만285대로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8만982대)와 비교하면 2년 만에 33.8% 급증했다.
'철수 위기' 현대차그룹 中공장, 글로벌 수출거점 됐다
그룹 전체 해외 공장 수출에서 중국산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약 10%에서 18% 수준으로 확대됐다. 순위 상승도 가파르다. 2023년 7위, 2024년 6위였던 중국 공장은 지난해부터 슬로바키아·체코에 이어 3위 수출기지에 올라섰다. 2위 체코 공장(13만8000대)과의 격차는 1만8000대로 연내 역전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투싼 수출이 1247대에서 5874대로 371% 급증했다. 중국 특화 모델인 일렉시오(1930대)도 첫 수출길에 오르며 다변화를 이끌었다. 기아 옌청 공장은 인도를 겨냥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넷과 스포티지를 앞세워 수출 물량을 방어했다.

배경에는 내수 부진에 따른 생산 능력 재배치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밀려 내수 판매가 급감하자 수출 확대에 집중했다. 주요국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와 표준화된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생산 단가를 낮춰 해외 시장에 팔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도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중국 현지 생산·판매에 집중해온 기존 ‘인 차이나, 포 차이나’ 개발 전략을 공식 폐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수출 기지 전환을 발판 삼아 중국 내수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낼 방침이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이미지를 친환경차 브랜드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올해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전면에 내세우고 현지 특화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