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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가 맘대로 역사 바꿔"…대만, 토종AI 개발 사활
대만 "정체성 지킬 방파제 필요"
AI주권 확보 총력전
中 압도적 데이터 생산량에 밀려
대만, 자체 언어·역사 반영 안돼
고유문화 익힌 토종AI 개발 총력
中 오픈소스 없인 자립 힘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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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국 인공지능(AI) 챗봇 딥시크에 ‘중화민국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대만의 역사와 법적 지위를 설명한 것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AI 시대를 맞아 대만은 사이버 공간에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중국의 압도적인 문서 생산량에 밀려 대만의 정치·사회 정체성에 관해 AI가 올바른 답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딥시크, 문샷AI 등 중국 AI의 세계적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자 대만 언어와 역사가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언어·역사 휘두르는 AI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를 중심으로 자체 생성형 AI 모델 ‘타이드(TAIDE)’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1세대 모델은 2024년 공개됐다. 올해 8~9월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를 대거 도입해 성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타이드는 행정 문서, 소수민족 언어 등 ‘대만 토종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구글 오픈소스 모델 젬마(Gemma)에 대만 고유의 언어와 사회·문화적 맥락을 입히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자립이 개발 이유는 아니다. 중국 AI에 의존하면 언어와 역사 인식까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대만인이 AI에 역사, 정치, 행정 제도를 질문하면 중국 본토 간체자 자료와 중국 정부 시각을 바탕으로 답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의 중국어 데이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다 보니 글로벌 AI를 그대로 사용하면 대만 번체자와 고유 어휘, 역사적 경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헌센 대만 중앙연구원 정보과학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자체 AI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두뇌를 외부에 맡기는 것과 같다”며 “타이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침식으로부터 대만의 언어와 역사, 사회적 자율성을 지켜낼 AI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버린 AI 성공할까
미국 AI에만 의존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및 규제에 따라 최첨단 AI 모델과 반도체 접근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앤트로픽이 성능이 가장 높은 AI 모델을 외국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고, 오픈AI도 일부 최첨단 시스템에 비슷한 접근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이 때문에 소버린 AI를 개발하려는 대만의 절박함은 다른 나라와 차원이 다르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AI가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국가와 사회를 해석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언어·문화·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가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외 다른 국가도 소버린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에서 추진되는 정부 지원 AI 프로젝트가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약 다섯 배로 늘어났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와 AI, 클라우드를 포괄하는 기술 주권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AI 계획을 시작했다. 인도, 일본, 싱가포르 역시 국가 차원에서 AI 인프라와 모델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완전한 AI 자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전문 인력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소버린 AI를 추진하는 국가도 결국 미국산 AI 반도체와 중국계 오픈소스 모델에 일정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까지 모두 자급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