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서울 연지동 스페이스111에서 열린 ‘개기일식 기다리기’ 공연.  두산아트센터 제공
올 초 서울 연지동 스페이스111에서 열린 ‘개기일식 기다리기’ 공연. 두산아트센터 제공
그동안 익숙한 객석을 찾아볼 수 없다. 배우들이 어디서 등장하는지도 모호하다. 극장에 모인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것은 단 하나. 이 지역에서 375년 만에 나타나는 개기일식이다.

이 같은 내용의 실험적인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가 오는 8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소개하는 ‘싱크 넥스트 26’ 프로그램의 유일한 연극 작품이다. 30대 초중반 배우와 제작진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창작집단 음이온이 작업했고, 세종문화회관과 백남준아트센터가 공동 제작했다.

이 공연에선 관객들과 30명의 배우들이 모여서 3시간 동안 개기일식을 기다린다. 1층 객석은 없고 바닥에는 관객들이 앉을 수 있는 돗자리가 깔려 있다. 배우 전혜인·김중엽은 개기일식을 중계하는 역할을 맡지만, 그 외의 배우들은 관객과 함께 개기일식을 기다린다. 관객이 아닌 배우라는 사실을 관객에게 끝까지 감추는 인물까지 있다.

서사는 느슨하다. 각종 안무와 피아노 연주 등이 뒷받침하고는 있지만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관객은 편한 대로 개기일식을 기다리면 된다. 공연장을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는 것도 가능하다. 관객이 결국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

오로지 기다림 그 자체가 이번 공연의 콘텐츠인 것이다. 김상훈 연출은 “현재 서울에선 사람들이 도무지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저 기다리는 것을 통해 각자의 시간을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지난 1월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도 공연됐다. 당시 공연은 한 시간 분량. 이번엔 공연 시간을 3시간으로 늘렸다. 등장하는 배우 수도 3배로 늘어났다. 김 연출은 “진짜 ‘기다림’이 발생하려면 3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연은 8월 7~10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