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카드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실을 털어내며 상반기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일부 카드사는 20% 증가한 순이익을 냈지만, 본업인 신용판매의 수익성은 오히려 약해졌다. 부실채권 상·매각과 알짜카드 발급 중단, 희망퇴직 등 고강도 비용 절감으로 방어한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다.
◇비용 통제로 실적 늘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총 1조1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조1159억원)보다 6.6% 늘어난 수치다. 우리카드가 24.2%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KB국민카드(20.7%), 하나카드(14.2%), 현대카드(11.9%), 신한카드(2.8%)가 뒤를 이었다.
외형상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가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2024년 상반기(1조3625억원)와 비교하면 올해 순이익은 12.7% 쪼그라들었다.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도 깜짝 반등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사가 추심으로 회수할 수 있는 미래 이익을 포기하고 건전성을 개선하는 일회성 조치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6개 카드사의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총 5388억원으로 2024년(5081억원) 대비 6.0%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1110억원 규모의 매매이익을 올렸다. 우리카드를 제외한 5개 카드사의 올해 2분기 연체율이 1분기보다 하락한 것도 부실채권 상·매각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허리띠를 졸라맨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25종의 카드 발급이 중단됐다. 전년(595종)에 이어 2년 연속 500종 넘는 카드가 자취를 감췄다. 인건비 감축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2년에 걸쳐 세 번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규모를 줄여왔다. 다른 카드사도 신입사원 공개채용 규모를 줄이고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경쟁력 약화 속 조달 비용 늘어
설상가상으로 카드사 본업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6개 카드사의 총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2022년 32%에서 지난해 27%로 떨어졌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적격비용(원가)에 일정 비율의 이익을 더해 산정한다. 2012년 적격비용 제도를 도입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수료율이 인상되지 않았다
문제는 하반기에 비용이 확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 상승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사 여전채 규모는 10조8700억원에 달한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적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여전채 등 시장성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차환 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사 여전채의 평균 금리는 연 3.64%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금리(AA+등급, 3년 만기 기준)는 지난 24일 연 4.5%대까지 치솟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비용 효율화로 반짝 실적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향후 수익성은 조달금리와 연체율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