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가 모바일 캐주얼게임 사업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본부로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작년에만 4500억원 넘게 투입해 사들인 국내외 캐주얼 게임 개발사와 광고·리워드 플랫폼을 해당 조직에서 총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대작 한두 편의 흥행에 실적을 맡겨온 ‘리니지식 성장 공식’을 깨고, 여러 게임과 수익원을 운용하는 포트폴리오형 게임사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 박병무, ‘모바일 캐주얼’ 확대 개편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지난해 8월 신설한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최근 CEO 직속 ‘모바일 캐주얼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박병무 공동대표가 사업을 직접 챙기고 기존 센터장이던 유럽 모바일게임 전문가 아넬 체만 전무가 본부장을 맡는다.
[단독] '체질 전환' 사활 건 엔씨, 캐주얼게임 힘준다
엔씨가 거액을 들여 사들인 캐주얼 게임 밸류체인을 하나의 사업 모델로 연결하는 후속 작업이란 분석이다. 엔씨는 작년 하반기 베트남 캐주얼게임 개발사 리후후게임즈 모회사 지분 67%와 독일 모바일게임·리워드 플랫폼 저스트플레이 지분 70%를 각각 1534억원, 3016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캐주얼 게임 개발사 스프링컴즈와 슬로베니아 캐주얼 게임 스튜디오 무빙아이도 연이어 확보했다.

이 같은 엔씨의 인수합병(M&A)과 조직 개편에 대해 업계에선 ‘포트폴리오형 개발사’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양한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확보한 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추려내고, 자본과 인력을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캐주얼 게임이란 간단한 조작, 짧은 플레이 시간, 낮은 진입 장벽을 갖춘 작품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규모의 60%(약 100조원)가 캐주얼 게임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의 이 같은 구상은 연간 수십 개 콘셉트를 시험한 뒤 이용자 수, 광고 효율 등 데이터로 성공 가능성을 가려내는 벤처투자형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 “리니지 의존도 낮춰야”

이는 그간 수백억원을 들여 대작 한 편을 개발해 실적을 내온 기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전략’과는 정반대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엔씨가 사업모델 전환에 나선 것은 리니지 중심 성장 공식의 추진력이 약해진 데다 신작 출시일과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2026 엔씨 경영전략 간담회’에서 “게임 하나의 성공과 실패에 실적이 지나치게 좌우됐고, 한국·대만·일본에 매출의 70%가 집중돼왔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엔씨 매출은 1조5069억원으로 전년보다 5% 줄었다. 모바일게임 매출도 14% 감소한 7944억원에 그쳤다.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등 핵심 게임 매출이 둔화할 때 이를 메울 장르와 수익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은 이런 취약점을 보완할 카드다. 작품당 매출은 MMORPG보다 작지만, 개발·출시 주기가 짧고, 여러 게임에서 광고와 결제 매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개별 작품의 실패 위험을 분산하면서 대형 신작이 없는 기간에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현재 10% 미만인 캐주얼 게임 매출을 향후 2~3년 안에 30%까지 높이는 게 엔씨의 목표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씨의 모바일 캐주얼 매출은 내년 6861억원으로 늘어 리니지·아이온 시리즈와 경쟁하는 최대 매출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