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한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3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연합뉴스
폭염 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한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3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폭염 재난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고 범부처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장마 종료와 함께 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온열질환자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름철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땡볕에 일하다가 탈수에 어지럼 증상

행정안전부는 27일 폭염 재난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윤호중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폭염 위기경보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운영한다. 장마가 끝난 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데다 영남권 일부에는 올해 신설된 폭염중대경보까지 발효된 데 따른 조치다. 폭염중대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8도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기상청이 발효한다.
사람 잡는 폭염…온열질환자 벌써 1400명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경북 경주의 낮 최고기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39.1도를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은 대구 신암동으로 낮 최고기온은 39.2도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한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399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8명이 숨졌다. 지난 26일 하루에만 2명이 사망했다.

장시간 햇볕에 노출된 뒤 탈수와 체온 상승으로 발생하는 열사병 환자가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 잇따르고 있어서다. 26일 전북 완주군의 한 밭에서는 100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체온은 42.2도에 달했다. 25일엔 전남 해남군 황산면 밭길에서 온열질환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태국 국적 노동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숨졌다. 폭염에도 생계를 위해 한낮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27일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서 오토바이에 수레를 연결한 채 폐지 고철 등 폐품을 수거하던 계용은 씨(78)는 “값이 나가는 고철을 모으기 위해 한낮에도 일한다”고 말했다.

◇“구내식당 가자”…달라진 점심

폭염이 이어지면서 도심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평소 유동인구가 많던 상권과 공원, 거리도 한낮에는 행인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을지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한모씨(36)는 “점심을 먹고 회사 주변을 산책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요즘은 되도록 밖에서 식사하지 않고 도시락을 먹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며 “잠깐만 밖에 나가도 두통이 올 정도로 더워 외출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한낮 농작업을 중단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서 농사 일을 하는 김영숙 씨(70)는 “가장 뜨거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무조건 쉰다”며 “너무 더워서 파라솔 없이는 밭에서 버틸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축들의 폐사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 세지면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는 임종근 씨(59)는 “아침에 오리 200~300마리가 더위를 견디지 못해 죽었다”고 했다.

기상청은 26일을 끝으로 장마가 종료되면서 당분간 한반도가 뚜렷한 비 예보 없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 아래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더해 티베트고기압까지 ‘이중 열돔’을 형성하면서 강한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낮 기온은 35도 넘게 오르고 밤에도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온열질환 위험이 지속될 전망이다.

진영기/김영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