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0억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0억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엔비디아가 네이버의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상대로 10억달러(약 1조4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엔비디아는 네이버 지분 4.5%를 보유하게 된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이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지분까지 확보하는 이례적인 동맹이다.

이번 거래는 네이버와 엔비디아,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기술과 AI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하기 위한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브룩필드는 빠르게 성장하는 AI 인프라를 장기 투자처로 주목했다. 엔비디아는 GPU 판매를 넘어 AI 팩토리의 설계·운영 기술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확대할 파트너를 확보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기술을 글로벌로 확산하려는 필요와 브룩필드의 투자 수요,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생태계 확장 전략이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K-AI 서밋에서 네이버가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를 대규모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두 회사의 자본과 브랜드, 글로벌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상 네이버가 90억달러를 직접 빌려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브룩필드가 데이터센터와 GPU 등 컴퓨팅 자원을 투자하고, 네이버는 AI 팩토리의 설계와 운영, 서비스 개발을 맡는 방식이다. 하드웨어 자산의 감가상각을 비롯한 투자 위험 역시 네이버와 브룩필드 등이 역할에 따라 나눠 부담한다. 엔비디아도 현금 출자를 통해 네이버의 기업가치 변동 위험을 함께 지게 된다. 통상적인 전략적 지분 투자 때 적용되는 할인 없이 신주를 취득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사업적 셈법도 뚜렷하다. 네이버는 세종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200메가와트(MW), GPU 약 10만 개 규모의 AI 팩토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10억달러의 지분 투자를 통해 대규모 GPU 수요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설계와 네트워크, AI 소프트웨어까지 자사 생태계의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공급업체가 고객사에 투자하고 고객사의 인프라 확대가 다시 공급업체 제품 수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추진해 온 ‘순환형 투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를 매출을 부풀리기 위한 순환거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데이터센터와 GPU 자산이 구축되고, 네이버와 브룩필드도 독자적인 사업 목적과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은 변수다. 브룩필드가 제안한 최대 90억달러 규모 투자는 세부 조건을 협상하는 단계다. 우선 200MW 규모 AI 팩토리를 성공시킨 뒤 시장 상황과 고객 수요에 맞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한다는 것이 네이버의 구상이다. 네이버 측은 “세 회사가 각각 부담과 위험을 나눠 지는 구조”라며 "네이버가 사업 실패와 감가상각 위험을 모두 떠안는 계약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