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초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서 배터리업계의 숙원인 ‘직접 환급제’를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2023년부터 이어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법인세를 내지 못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길이 없자 현금으로 지급받는 직접 환급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초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 국내 생산 촉진세제를 담되 배터리업계가 요구해 온 직접 환급제는 포함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국내에서 흑자를 낸 기업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이익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배터리 3사로선 국내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면 세액공제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납부할 법인세가 없는 적자 기업엔 세액공제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11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2410억원을 빼면 1277억원 적자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삼성SDI와 SK온은 1분기에 각각 1556억원, 3492억원 적자를 냈다.

한국과 달리 주요 경쟁국은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생산량에 비례해 현금을 직접 지원한다. 미국은 IRA 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적자인 기업에도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프랑스와 캐나다도 투자 세액공제 환급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기업의 생산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직접 생산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업계에선 세제 지원 차질이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하락은 물론 핵심 기술과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세액공제가 아니라 현금 환급 형태의 직접 지원이 이뤄져야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유지할 수 있다”며 “주요국과의 지원 격차가 계속되면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을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