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일반인보다 0.001초 빠르게 받아보는 유료 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월가 초단타 매매(HFT) 금융사들이 대거 줄을 섰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등 따르면 트루스소셜의 운영사인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다음 달 1일 선보이는 유료 데이터 피드 '트루스 API'에 최소 5곳 이상의 초단타 매매 업체가 사전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해당 서비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JD 밴스 부통령,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영향력 있는 주요 계정 10곳의 게시글을 일반 푸시 알림보다 수 밀리초(1ms=1000분의 1초)가량 속도를 높여 전송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TMTG 측은 해당 피드의 이용 대가로 월 10만 달러(약 1억 4765만원)를 요구하고 있으며, 3년 장기 계약을 맺을 경우 월 6만 달러(약 8859만원) 수준으로 할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가 투자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비스 도입에 목을 매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가 시장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서다. 실제로 투자사들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특정 단어나 구문을 자동 감지하고 수 밀리초 만에 대규모 주문을 넣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란', '휴전' 같은 직접적인 단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책 발표 시 자주 덧붙이는 "이 사안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Thank you for your attention to this matter)"와 같은 고유 문구까지 인공지능이 분석해 매매를 실행한다.

실제 시장 변동성도 관측됐다. 금융 데이터업체 DTN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내 미군 헬기 피격 사건과 대응 방침을 올린 직후 1분간 200만 주가 넘는 물량이 몰리며 에너지·산업재 주가가 2% 이상 출렁였다.

이틀 뒤 공습 취소 및 평화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글이 올라오자 관련 주가가 즉각 폭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옵션 중개업체 베이크레스트 측은 이번 구독료를 두고 초과 수익을 내려는 목적도 있지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지불하는 일종의 '방어적 비용'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발언을 유료화해 사적 이익을 취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론 와이든 의원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일가의 배를 불리는 동시에 월가 거선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초당적 감시단체인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의 도널드 샤먼 대표 역시 수용하기 힘들 만큼 비윤리적인 구도라고 지적했다.

TMTG 지분의 약 41%(1억 1475만 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들이 관리하는 '도널드 J. 트럼프 취소가능 신탁'이 보유하고 있어, 서비스 수익이 늘어날수록 트럼프 일가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자본력 있는 기관투자자들만 프리미엄 정보를 선점하면서 개인 투자자들과의 정보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