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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한국 레스토랑 투자에서 배운 것
로스 그레고리 주한호주상공회의소 회장
어느 사업이나 그렇듯 어려움은 규제에서 시작됐다. 내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의 매력 중 하나는 야외 테라스였다. 유럽식 야외 다이닝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전 주인이 테라스를 불법으로 설치해 놓은 것이다. 그것이 첫 번째 골칫거리였다.
이태원 대로변에 있던 내 레스토랑의 또 다른 어려움은 손님들의 관심을 꾸준히 붙잡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몰려들다가도, 어느 순간 발길이 뜸해지곤 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새로운 트렌드를 향해 옮겨가 있었다. 한국 외식시장의 변화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랐다.
내가 운영하던 뉴욕 스타일의 브라세리(brasserie)가 인기를 얻자, 얼마 안 가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가 잇달아 문을 열었다. 경쟁은 치열해졌다. 그중 일부는 우리와 비교해 음식 수준이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고객은 그런 새로운 가게를 찾았다.
최근 광화문 일대 레스토랑 운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외식업이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식대 지원이 줄었고, 그 결과 오피스 상권의 저녁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는 이야기였다. 외식업은 수많은 사업자로 이뤄져 있어 운영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임차료와 인건비, 세금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한 규제가 개별 레스토랑에는 큰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이 하나의 전문 직업이라기보다, 다른 일을 하기 전 잠시 거쳐 가는 단계로 여겨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홀 서비스가 그렇다. 내가 만난 일부 직원은 자기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했고, 결국 잦은 이직으로 이어졌다. 아무 말 없이 출근하지 않고 그대로 연락을 끊은 직원도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홀 서비스도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인데 말이다.
언젠가 다시 외식업에 도전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 그중 하나는 직원에게 사업 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너무 일찍 일을 그만두는 직원에게는 그 지분을 포기하도록 할 생각이다.
한국인의 입맛은 갈수록 다양하고 모험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레스토랑은 결코 만만한 사업이 아니다. 성공하려면 먹고, 자고, 숨 쉬는 모든 순간을 그 일에 쏟아부을 만큼의 몰입이 필요하다.